10대의 뇌 - 인간의 뇌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프랜시스 젠슨.에이미 엘리스 넛 지음, 김성훈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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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뇌는 역설 그 자체나 다름없다. 이 뇌는 회백질은 흘러 넘치지만, 백질은 부족하다. 10대의 뇌가 금방 출고된 페라리 자동차와 비슷한 이유도 이것이다. 당장 어디라도 달려갈 듯하지만 주행 검사를 아직 거치지 않은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붕붕 굉음 소리를 울리며 공회전을 하고 있지만, 정작 어디로 가야 할지는 알지 못하는 상태나 마찬가지다. 이 역설은 결국 혼란스러운 문화적 메시지로 이어진다. 우리는 누군가가 겉모습이 성인 같으면 정신적으로도 성인일 것이라고 가정한다. 청소년기 남자아이들은 면도를 하고, 10대 여자아이들은 임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신경학적으로 보면 양쪽의 뇌 모두 전성기, 즉 성인의 세계를 접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   p.48

10대 자녀를 둔 부모와 10대를 담당하는 교사들은 하루라도 그냥 잠잠하게 지나가는 날이 없다. 변덕스러운 아이들은 곧잘 화를 내고, 울고, 토라지고, 위축되고, 짜증을 내고, 심지어 공격성을 드러낸다. 이렇게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아니라 하더라도, 아마 대부분 백 퍼센트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아이들의 잠에 관한 부분이 아닐까. 매일 밤 제시간에 재우려고 해도 늦게 자려고 하고, 아침에는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푸념을 해보지 않은 부모는 아마 없을 것이다.  야단도 쳐보고, 협박도 해보고, 살살 구슬려도 보고, 시끄럽게 음악을 틀어보기도 하고.. 우리 아이는 아직 10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이런 풍경을 만들어 내는 중이다. 일찍부터 깨우기 시작해도 대부분 일어나기까지 삼십 분이 넘게 시간이 걸리고, 지각하기 전에 가까스로 집을 나서곤 한다. 그런데 이렇게 밤늦게까지 자지 않으려고 하거나, 아침에 잘 깨지 않는 것이 '나태해서도, 자제력이 부족해서도 아니며, 제발 좀 일어나라는 말을 듣지 않는 것 역시 반항심의 표현이 아니'라면 어떨까. 이 책은 '잠과 관련해서 부모를 화나게 만드는 10대들의 행동들이 사실은 완전히 정상'이라고 이야기해서 나를 당황시켰다.

이 책에 의하면, 사고를 저질러놓고 수습할 생각조차 못하는 것도, 매일 아침마다 잠과의 전쟁을 벌이는 것도, 스마트폰에 푹 빠져 해야 할 일을 제쳐두는 것도 모두 아이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뇌 때문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과학자들은 청소년의 뇌가 사실상 성인의 뇌와 다르지 않다고 믿었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신경학과 신경과학은 뇌의 발달에 있어서 10대가 대단히 중요한 시기임을 구체적으로 입증했다. 뇌는 우리 몸에서 제일 늦게 성숙하는 기관이다. 뇌는 사실상 특정 경험을 통해 모양을 잡아나간다. 신경과학에서는 스스로 모양을 잡아나가는 뇌의 독특한 능력을가소성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가소성은 인생 초기인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집중되어 있다. 사실 아이의 10대 시절은 참고 견뎌야 할 고통의 시간이 아니라 자녀에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기인 것이다. 녀들이 평생에 걸쳐 사용할 뇌의 기틀을 잡아주는 잠깐 동안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감정적, 정신적 사안에 대해 10대가 대단히 취약하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10대는 스트레스에 대해 과민하고, 자기 분석이나 통찰 등의 능력이 부족한 시기다. 또래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고 해도 그들도 같은 10대들이기 때문에 경고 신호를 해석할 수도, 적절한 공감을 해줄 수도 없다. 그래서 10대 주변 성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방심하지 말고 지켜보아야 한다. 성인이 능력껏 질문을 던지고, 캐묻고, 접촉을 유지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평소와 조금이라도 달라진 듯한 증상이 보이면 주저 말고 의학적 자문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p.219

두 아들의 엄마이자 신경학자로서 저자는 자신의 10대 아이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알 만큼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마 대부분의 부모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내가 자녀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완전히 틀렸다 싶은 순간에 부딪치게 된다. 다정하기 그지없던 내 아들이 갑자기 어디로 튈지 모를 낯선 아이가 되어 버리고, 아주 다른 사람이 되기로 작정한 것처럼 보이는 딸의 행동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 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은 아마 대부분의 부모들에게 공감과 감탄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보통 10대가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것은 호르몬의 폭주 때문이라고들 생각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나도 10대가 반항적이고 저항하기 좋아하는 이유는 까다롭게 굴고 싶고 남과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가정들이 모두 틀렸다고 단언한다.

핵심은 이마엽이다. 이마 바로 뒤쪽에 자리한 이마엽은 "자신의 행동을 저울질하고,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이 영역은 뇌에서 가장 늦게 발달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부분에서 어른은 이해할 수 없는 '10대의 뇌'가 작동하여 갈등을 빚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른들의 시선으로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10대들이 외계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는 아이들조차 변덕스러운 도구인 뇌 때문에 어리둥절해 있음을 알아야 하며, 아이들이 부모에게 얘기하지 않는 이유가 그들도 그런 혼란을 파악할 능력이 아직 없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뇌과학자 정재승 박사는 '내가 만약 10대 때 이 책을 읽었다면 부모님께 까닭 없이 화를 내거나, 지나친 감수성에 사로잡혀 그토록 방황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세상 모든 부모가 읽어야 할 지침서'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뇌과학의 이해와 신경학의 임상 경험을 기반으로 쓰여진 매우 과학적인 책이지만, 부모가 읽기에도, 자녀들이 읽기에도 부담 없이 따라갈 수 있도록 쓰여 있다. 뇌 발달에서 대단히 중요한 단계에 있는 10대라는 시기에 대해 이렇게 깊이 있고, 과학적으로 풀어내면서 공감과 재미도 읽지 않는 책이라 더 좋았던 것 같다.

 

부모들이야말로 청소년의 뇌에 관한 새로운 과학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할 사람들이다. 10대의 행동에 당황하고, 낙담하고, 화가 나 있는 교육자들 역시 이런 내용을 꼭 알아야 할 사람들이다.

10대 자녀를 둔 세상의 많은 부모들에게, 당신의 10대 아이가 잘못된 행동을 하는 건 유전자 때문도 아니고, 당신이 무언가를 했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도 아니며, 아이가 머리에 충격을 받아 어느 날 갑자기 '청소년' 행성에서 온 외계인으로 깨어나서도 아니다. 10대가 다른 이유는 그들의 뇌 때문이다. 10대의 뇌는 인생의 어느 때보다도 더욱 막강하면서, 동시에 가장 취약하다. 중요한 것은 어른 들의 관심과 애정이다. 이 책에 담긴 과학적 정보를 이용해 10대 자녀와 대화를 시작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10대 자녀와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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