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 : 모든 것에는 가치가 있다 레오나 시리즈 The Leona Series
제니 롱느뷔 지음, 박여명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거짓말이었다. 거짓말은 어느새 습관이 되어 있었다. 사실상 거의 매번 거짓말을 하고 있었으니까. 지금처럼 큰 문제없는 상황에서만 그러는 것도 아니었다. 내 인생 자체가 그랬다. 거짓. 늘 나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전, 나는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이러한 삶이 나를 좀먹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는 직시하기로. 당시 나는 분명하게 깨달았다. 더 이상은 이렇게 가면을 쓰고 살 수 없다는 것을.

한 여자가 달리는 열차에 뛰어 드는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사고 현장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레오나는 사고가 일어나기 얼마 전 피해자가 신장 제거 수술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스웨덴에서 신장 이식 수술을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이 네 곳밖에 없었음에도 기록은 발견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장기 밀거래를 목적으로 불법 수술을 받은 것 같다는 쪽으로 수사의 방향이 잡히는데, 연이어 안구가 적출된 노숙자가 광장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다.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사회적 약자였다. 쓰레기통에서 빈 병을 수거하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여자, 마트 앞에 앉아 돈을 구걸하던 노숙자, 유니폼을 입은 두 명의 남자는 주변 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이들을 납치할 수 있었다. 밝은 대낮에 행인들이 보는 앞에서 납치를 당하더라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사회적 취약계층만을 노린 무자비한 장기 밀거래 범죄는 계속해서 벌어진다. 

‘불법 장기 밀거래라는 잔혹한 범죄는 후반부로 갈수록 충격적인 전개를 보여주며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다. 레오나는 여전히 법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범죄 현장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돈을 빼돌리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워낙 사건 자체가 규모가 크게 진행되고 있어 이번에는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로서의 모습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편 경찰청의 조직 개편으로 인해 레오나가 진급 대상에 오르자, 애타게 승진을 고대하던 알렉산드라 팀장은 레오나의 뒤를 밟기 시작한다. 팀워크도 좋지 않았으며, 비밀스러운 것도 많았고, 레오나가 해결했던 사건에서도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던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레오나가 사건에 얽혀 있으리라고 의심했던 차였기에, 이번 기회에 확실한 증거를 잡기로 한 것이다. 2권에서 함께 범죄를 모의하다 레오나의 연인이 된 다비드는 이전 연락망이었던 수사관 스벤이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어 경찰 스파이 역할에서 벗어 나려나 싶었는데, 스벤의 동료가 나타나 그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범죄 세계에서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하는 다비드의 바람은 과연 이루어질 것인지. 각자의 비밀을 가지고 있는 레오나와 다비드의 연인 관계는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레오나의 행적에 의문을 품은 팀장 알렉산드라는 과연 그녀의 비밀을 알아낼 것인지. 이야기는 숨돌릴 틈도 없이 가쁘게 진행된다.

 

 

사실이었다. 나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일에 집착했으니까. 몇 년 전이었다면, 나는 새로운 팀장 자리를 고려해보라는 켄네트의 제안을 곧바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 나는 모르고 있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나에게 어울리는 자리가 아니다. 나는 그저 이 경찰이라는 일을 내려놓고 싶을 뿐이었다.

이 작품은 은행 강도 사건, 연쇄 폭탄 테러에 이어 장기밀매 범죄를 해결하는 아웃사이더 형사 레오나의 마지막 모험이다. 여자, 엄마, 형사 사이에서 방황하는 레오나는 도덕적으로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인물이지만, 이상하게 자꾸 끌리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그게 이 시리즈를 계속 읽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시리즈 1 <레오나: 주사위는 던져졌다>에서 일곱 살 여자아이가 은행강도가 되어 일으킨 사건에 깊이 연루되었던 레오나는 2 <레오나: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에서는 아예 범죄자들을 모아 현금 수송차를 강탈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아들 베냐민이 수술 실패로 죽게 되면서 남편과는 이혼 협의 중이었고, 첫 번째 은행 강도 사건의 중개인에게 지불할 예정이었던 돈을 뺏기는 바람에 그녀는 협박을 받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하나 남은 딸마저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라 그녀에게 다른 선택이란 없기도 했다. 목적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면 무모하고 변칙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 수사관 레오나는 정말 전무후무한, 독보적인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나는 당신이 한 짓의 대가로 당신을 죽일 겁니다!"

 

사실 형사로서는 매우 뛰어난 평가를 받는 인물임에도, 바깥에서는 신중히 범죄자들을 모아 '완전 범죄 강의'를 진행하고, 그들과 함께 큰돈을 벌기 위한 범죄를 계획 하는 캐릭터라니 이상하기 짝이 없다. 물론 경찰들도 이따금 법을 어기는 경우가 있다. 선을 넘어 경찰이 범행을 저지르는 일도 결코 드물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에서 비리 경찰은 서브 캐릭터인 경우가 많았고, 결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독자들이 공감할 수 없는 인물이니 말이다. 아예 악당이나 범죄자가 주인공이 될 수는 있어도, 이렇게 이율배반적인 인물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경우는 없었다. 그것도 독자가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인물의 1인칭 시점으로 말이다. 다행히도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레오나가 일확천금을 꿈꾸며 일탈하려는 모습보다는 피해자들의 상처에 공감하며 사건 해결을 위해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열혈 형사로서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레오나는 수사 과정에서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는 참고인을 도와주거나, 사건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매춘부를 보호해주는 등 차별 받고 있던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 서 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범죄 현장의 돈에 손을 대고, 포커 게임으로 한 방을 노리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지만 말이다.

 

시리즈 첫 번째 작품부터 군더더기 없는 전개와 빠른 플롯으로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만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인 레오나에 대해서는 전혀 공감할 수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세 번째 작품까지 읽고 나니, 그저 레오나를 '지금까지의 인생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그것을 바꾸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사람'으로 보자면 딱히 이해를 하지 못할 것도 없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분명 그녀의 어린 시절 가정 환경은 평범한 부모의 사랑과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고, 아들의 죽음과 남편과의 이혼으로 인한 상실감도 극복하기가 쉬운 것은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비루한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점점 더 추악한 현실과 마주치고 마는 레오나, 그리고 다비드. 이들의 이야기가 세 편으로 완성이 되어 다행인지, 아쉬운지 잘 모르겠다. 분명 독자로서는 새로운 이야기를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매번 인물들에게 해피엔딩을 선사하지 않았던 작가이기에 이렇게 마무리가 되는 것이 인물들에게는 오히려 나은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니 말이다. 물론 이번 작품 역시 해피엔딩이라고 볼 수는 없다. 작가인 제니 롱느뷔가 걸 그룹 활동과 범죄학자, 수사관 근무 경험을 두루 갖춘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어서 인지, 이 시리즈를 통해서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특별한 매력을 가진 여성 형사 캐릭터를 만났던 것 같다. 그녀의 다른 작품도 만나볼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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