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징계처분자의 학급임원 자격을 박탈하거나, 학생회장단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옳습니다. 징계는 허물을 뉘우치도록 주의를 주고 나무라는 것입니다. 부정하거나 부당한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이 징계입니다.
징계처분자가 학급 임원 자격을 유지하거나 학생회장단 피선거권을 제한받아야 하는 이유는 학급임원이나 학생회장단이 학급과 학교의 대표성을 지니고 자신이 속한 단체를 이끌어가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요즘은 학생자치회의 기능이 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에 임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학교의 경우 학생회장단은 학생들의 복장 및 태도를 점검하는 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학생들은 선거에 임할 때 학습에서나 교우관계에서나 두루 모범이 될 만한 사람을 임원으로 선출합니다. 그런데 부당한 행위, 부정한 행위에 의해 징계처분자가 된 학생이 대표가 되어 학급과 학교를 이끌어간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또한 징계의 기능이 약화될 수 있습니다. 징계의 목적은 부정 ‧ 부당한 행위에 대해 적절한 제재를 가함으로써 개인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고, 나아가 그가 속한 조직이 유지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학교에 학칙을 두고 이를 위반할 경우 징계 처분을 내리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징계처분자에게 피선거권을 준다면 학생들은 그 행위의 부당함을 깊이 인식할 수 없게 됩니다. 징계처분을 받은 학생도 자신의 잘못을 가볍게 인식할 수 있고, 다른 학생들도 그 행위의 부당함을 잘 깨닫지 못해 쉽게 학칙을 어길 수 있습니다. 징계의 권위가 약화될수록 그 피해는 학급과 학교 전체가 받게 됩니다. 따라서 징계가 그 목적을 다 하기 위해서라도 징계처분자들의 학급 임원 자격을 박탈하고, 학생회장단 피선거권은 제한해야 합니다.
물론 징계의 정도에 따라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경징계를 받은 학생의 경우는 예외로 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습니다. 얼마 전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경징계의 경우에 학급 임원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과도한 처분이라고 권고를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예외를 두기 시작할 경우 예외는 점점 늘어가고 법칙 자체가 없어질 것을 우려했습니다. 사실 징계의 경중을 가늠할 명확한 경계가 없기 때문에 어느 선까지 예외로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주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다소 가혹한 느낌을 받을 수는 있지만 징계의 본래 목적을 지키기 위해서는 예외를 두지 말아야 합니다.
학칙이 언제나 옳고 바른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공동체가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 약속한 것이 학칙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칙을 지키는 것은 나보다 공동체를 위하는 최소한의 행동일 것입니다. 적어도 학급의 임원이 될 사람이라면 한 학교의 학생회장단이 되고자 한다면 개인보다는 공동체 의식을 소유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징계처분자의 학급 임원 자격을 박탈하거나, 학생회장단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옳습니다.
<반대>
징계처분자의 학급 임원 자격을 박탈하거나, 학생회장단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징계처분자는 일정한 교칙에 의해 처분을 받은 자를 의미할 뿐 그 학생들이 범죄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는 형사처벌을 받기 때문에 학칙의 범위에서 벗어납니다. 또한 징계처분을 받고 학교에 계속 다닌다는 것은 퇴학이나 강제전학의 조치를 필요로 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징계처분자의 학급임원 자격을 박탈하거나 학생 회장단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한마디로 말해 너무 가혹합니다. 더욱이 징계의 경중이 다른데 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같은 잣대를 대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징계처분자는 부당한 행위 정도에 따라 봉사활동 또는 정학 등의 징계를 받습니다. 이미 자신의 잘못에 대해 처벌을 받은 학생에게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두 번 징계하는 것과 같습니다. 지난 2월 29일 CBS 보도에 의하면 국가 인권위원회도 징계를 받은 이유나 징계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임원선거에 나가지 못하도록 한 것은 과도한 처분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징계의 경중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징계처분자는 임원이 될 수 없다는 식의 학칙에는 타당성이 없습니다.
징계처분자가 속한 곳이 학교이고 학교의 목적이 교육이기 때문에 옳지 않습니다. 교육은 학생의 가능성을 인정 해 주고 키워 주는 것입니다. 물론 교육은 학생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징계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징계는 어디까지나 학생이 더 바람직한 삶을 살도록 지도하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한 번의 잘못 때문에 학생 개인의 가능성을 박탈하는 것은 교육의 본래 목적에 어긋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징역형을 받은 사람도 10년이 지나면 국회의원을 비롯한 모든 선거의 피선거권을 회복합니다. 그런데 중학학생들이 징계 한번으로 학생회장단 피선거권을 제한받는 것은 모든 학생들이 가져야할 가능성의 꿈을 뺏는 것과 같습니다.
끝으로 학급 임원 및 학생회장단은 학생들이 뽑는 것입니다. 이 역시 학칙이 허용하는 학생들의 권리입니다. 후보 학생의 과거 징계 사실을 밝히고 당당히 입후보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학생들은 후보자의 주변에 있기 때문에 징계를 받은 학생이 회장을 할 만하지 않다면 아무리 후보로 나와도 뽑지 않을 것입니다. 징계처분을 받은 적이 있더라도 회장을 할 만한 기질이 있고 아량이 있다고 판단할 때 학생들은 그 후보를 뽑습니다. 따라서 학급 임원이나 학생회장단을 선출하는 권한을 침해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학생은 배우는 사람입니다. 징계처분자의 학급 임원 자격을 박탈하거나, 학생회장단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자칫 프로쿠르스테스의 침대가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