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어떻게 보이세요? -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 질문의 빛을 따라서 아우름 30
엄정순 지음 / 샘터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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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린다는 것, 조금 더 쉽게 풀자면 사진을 찍는다는 것 모두 일단은 봐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이번에 <세상이 어떻게 보이세요?>를 읽으며, 제가 막연하게 갖고 있던 생각이 조금은 틀렸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각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위한 학교인 인천혜광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는 화가 엄정순의 <세상이 어떻게 보이세요>를 읽고 나서 말이죠. 시각장애를 갖고 있지만, 그들이 세상을 보는 방법, 그리고 그림을 통해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은 조금은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또 그 나름의 방법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예전에 영어와 수화를 공영어로 사용하는 어떤 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그 곳에서는 농인이라는 것이 장애보다는 약간의 불편함으로 인식되었겠죠. 시각장애인들이 그려낸 그림을 이해하고, 함께 생각을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조금 더 장애인들이 우리의 이웃으로 살아가는 것이 더욱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시각장애와 시각예술 그리고 지상에서 가장 큰 동물 코끼리의 만남 '코끼리 만지기 Touching an elephant' 프로젝트의 결과물 역시 참 많은 생각을 들게 하더군요. 문득 예전에 코끼리의 뼈를 놓고 코끼리의 형상을 떠올렸다는 이야기에서 상상想像이라는 단어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도 떠오르고 말이죠. 또한 차이나타운을 방문한 학생이 그 날의 기억을 담아낸 작품도 그러했어요. 아이에게는 수많은 층계로 기억되는 그 곳이지만 아이의 머릿속에서 층계의 이미지가 명확하지 않았죠. 그래서 양 손에 크레용을 들고 계단을 걷던 느낌을 화폭에 옮겨보라고 했어요. 10미터가 넘는 종이 위에 탄생한 작품은 자신의 기억 속의 느낌에 따라 색도 달라지고, 층계의 느낌도 달라지더라고요. 마치 같은 풍경을 본 사람과도 때로는 전혀 다른 것을 기억하는 것처럼 말이죠. 피카소의 그림은 앞이 보이지 않는 자가 하는 일이다. 그는 본 것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느낌을 표현한다라는 말에 얼마나 공감이 되던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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