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화경제사 - 돈과 욕망이 넘치는 자본주의의 역사
최우성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전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동화를 읽는 것을 참 좋아하는데요.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사주신 계림문고의 세계 명작 문고 시리즈로, 지금은
원서나 일러스트가 예뻐서 모으는 책이라는 차이 말고는 독서의 모습은 여전하다고 할까요?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될지 너무나 잘 알면서도 여전히 행복해하고, 여전히 슬퍼하고, 여전히
설레어하고, 여전히 초조해하고 말이죠. 그래서 <동화경제사>를 읽으며,
동화의 행간에서 읽어낼 수 있는 것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 조금 놀랍기도 했어요. 예전에
‘오즈의 마법사’와 ‘걸리버여행기’가 상당히 사회비판적이고 풍자가 가득한 소설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들은 적은 있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이 이야기들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동화로 남아있지는 않았었거든요.
책에서는 총 15편의 동화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그 동화의 배경, 동화 속 등장인물들의 설정, 그리고 이야기의 흐름 등을 통해서 그 시대의 민낯을 들여다보게 해주는데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동화중에 하나인 ‘플랜더스의 개’에서는 넬로가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루벤스의 명작 ‘십자가에 올려지는 예수’와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예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위대한 거장의 작품이 넬로가 지나치던 안트베르펜 성모 대성당에 있었던 이유는 플랜더스 지방이 한 때는 교역으로
번성했던 곳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무역의 축이 옮겨지고, 쇠퇴한
지역에서 살아가던 넬로에게는 그 그림을 보기 위해 필요한 은화 한 닢은 구경조차 못해본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 한
도시의 흥망성쇠를 동화 속에 그대로 담아낸 듯한 느낌이 들어서, 넬로에게 주어진 슬픔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책을 읽다 보니, 제가 기억하는 플랜더스의
개는 일본의 후지TV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요. 실제로는 열다섯, 열둘이었던 넬로와 알루아즈를 그리고 동화 속 배경까지
생각하며 다시 한번 동화를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무솔리니 정권 시절 피시즘의 색이 덧칠되어 콜러디의
원작과 전혀 관계없는 피노키오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피노키오를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는데요. 아무래도
그 내용이 널리 알려져 있고, 익숙한 것이 동화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배경지식을 더하고,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기도 하더군요.
또한 빨간머리 앤은 자전거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요. 예전에
여성학 수업을 들을 때, 자전거가 처음 보급되었을 때, 여성이
자전거를 타는 것을 상당히 우려했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자전거덕분에 이동이 편해지고, 자전거를 타려니 여성의 복장이 간소화되기도 하고요. 그렇게 여성에게
자유가 부여되는 것이 남성들의 눈에는 좋게 보이지 않던 시절이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지금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보이는 ‘앤이 자전거를 타는 장면’이 갖는 의미도
다르게 다가오더군요. 매슈의 마차를 타고 행복해하던 앤과 자전거를 타고 자유롭게 이동하는 앤의 모습이
말이죠.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동화 속에서 경제사를 넘어 세계사까지 읽어내는 재미가 정말 쏠쏠했던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