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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냥이로소이다 - 웬만해선 중심을 잃지 않는 고양이의 바깥세상 참견기
고양이 만세 지음, 신소윤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2월
평점 :
저도 반려동물과 오랜 시간을 함께해왔는데요. 때로는 너무 사람 같기만
해서, 분명 내가 없을 때, 저들끼리 티타임이라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재미있었던 거 같습니다.
한겨레 공식 명예기자인 만세는 국내 최초 동물기자인데요. 집안에 서열 1위인 아기 지우를 돌보고, 게으른 반려인1을 대신하여 원고청탁까지 받느라 바쁜 와중에 책까지 출판했네요. 덕분에
좌충우돌 육아일기와 함께 냥이의 눈으로 본 반려인들과 세상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졌어요. 백수
개 형님 제리까지 수발을 들어야 하고, 톰과의 안타까운 이별도 있었지요. 물론 청소를 책임지는 착한 반려인 2는 잊어서는 안되죠. 그렇게 알콩달콩 가족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다정하고, 그들을
바라보는 만세의 시선은 얼마나 쿨데레의 정석이던지 말입니다. 귀여운 사진들과 만세의 마음을 그려낸 듯한
일러스트까지 정말 책을 읽으면서 내내 행복했어요.

물론 고양이가 보는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의미있었지요. 캣타워위에서
내려다보는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그러했어요. 가끔 우주의 시점에서 보면 지금 내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사소한 것일 수도 있다고 스스로 위로하고는 하는데, 굳이 우주까지도 필요 없었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그리고 ‘무언가 사기 위해 사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솔직히 뜨끔하기도 했어요. ‘택배를 기다리는 자를
위해 종은 울린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기 위해
산다’ 헤밍웨이와 톨스토이의 질문에 대한 만세의 답 역시 팩트폭행이네요. 그러면서도 자신의 소비생활을 반성하겠다며 그런 책을 책장에 쌓아가는 반려인1,
문득 제 책장에 있는 가계부와 비슷한 제목의 책들에 뒷통수가 따끔따끔거리는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