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문장
에도가와 란포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오랜 시간 동안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만화 명탐정 코난의 주인공 이름이 에도가와 코난인데요. 급하게 이름을 지어야 하는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에도가와 란포 전집과 아서 코난 도일의 전집이었기에 그랬는데요.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 코난 도일과 비견할만큼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가 바로 에도가와 란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란포가 탄생시킨 탐정은 아케치 코고로입니다. 저는 소년 탐정 김전일을 좋아했어서, 요코미조 세이조의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는 작품은 꽤나 챙겨 읽었지만, 그와 함께 일본 탐정 소설의 양대 산맥과 같은 캐릭터라는 아케치 코고로는 잘 몰랐어요. 하지만 그가 등장하는 소설을 안 읽었어도 익숙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어서인지, 아케치 코고로가 등장하는 작품들도 궁금해집니다. 거기다 지금의 일본추리작가협희의 전신인 일본탐정작가클럽을 청설하기도 했다니 정말 일본 추리 소설의 아버지라는 찬사가 잘 어울리는 에도가와 란포입니다.

이번에 읽은 <악마의 문장>은 과학적인 수사를 선호하는 성실한 탐정으로 평가되는 무나카타 류이치로가 등장하는데요. 아케치 코고로는 사건 수사를 위해 한국으로 갔다며 스치듯 언급되는데, 처음에는 그가 한국에서 어떤 사건을 해결했는지 궁금해질 정도더군요. 물론 그 역시 반전의 주인공이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성공한 사업가인 가와테 쇼타로, 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에게 그의 일가를 몰살시키겠다는 협박을 받게 되는데요. 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파견되었던 무나카타의 조수가 독살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조수가 작성한 보고서는 이미 백지로 바꿔치기 당해졌고, 사무실까지 달려오며 그가 끝까지 지켜낸 것은 구둣주걱이었는데요. 그 구둣주걱에서 세개의 소용돌이가 있는 지문이 발견됩니다. 마치 세개의 소용돌이가 사람을 비웃고 있는 듯한 괴물의 모습과 닮은 지문, 후에도 이 지문은 발견될 수 없는 곳에서 계속 발견되면서, 사건을 미궁속으로 끌고가는데요. 1938년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기에, 이 지문은 범인을 특정짓기보다는,  공포의 장치로 다가오고 소설의 분위기뿐 아니라, 사건의 시작과 끝을 다 담당하게 됩니다.

얼마 전에 개봉했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을 보고, 심심하다라고 말했던 지인도 있었는데요. 점점 더 자극적이고 정교하게 발전해온 장르소설이기에, 아무래도 오래 전에 출간되었던 소설들이 갖고 있는 한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도 어느 정도 선에서는 범인고 그가 사용한 트릭이 짐작이 되었었기에, 거대한 반전처럼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작품에 몰입하게 하는 소설의 분위기에 흠뻑 빠져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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