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기술자
토니 파슨즈 지음, 박미경 옮김 / 북플라자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토니 파슨즈의 <살인 기술자, MURDER BAG> 표지가 의미심장하다 생각했고, 목차 역시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야기의 시작 역시 상당히 강렬했습니다. 1988, 어떤 지하실에서 여러 명의 사내아이들에게 겁탈 당하고 있는 소녀는 소년들이 대마초에 취해있는 사이에 그 지옥과 같은 곳에서 빠져나가려고 했지요. 하지만 그녀의 필사적인 노력 역시 그들에게는 유희와 조롱의 대상이었을 뿐이었어요. 그녀는 최후의 발악처럼 한 소년의 눈을 멀게 만들었고, 겨우 도망쳐 나갔지만 그 끝은 다시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습니다. 그녀가 생의 마지막 호흡을 하는 순간을 그들이 앗아간 모든 것들에 대한 분노의 비탄의 소리없는 아우성이라고 표현한 것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 벌어지는 사건에서도 이 부분이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이대로 사건이 잊혀진 것일까요? 세월이 훌쩍 흘러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강력계에서 첫 날을 맞이한 맥스 울프가 등장하면서 시작합니다. 맥스는 아침 일찍 출근하여 업무를 시작하기 위해 커피를 마시다 그대로 살해당한 투자 은행가 휴고 벅의 범죄현장에서 환영인사를 받게 되지요. 기도가 베어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게 하고 살해하고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은 범인은 맬러리 경감이 보기에도 전문가의 솜씨을 가진 인물처럼 보이기도 하죠. 이 책의 제목처럼 살인 기술자의 등장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고, 또한 그의 다양한 추측 중에서 거대한 복선이 있기도 했어요. 피해자의 책상에서 특이한 사진에 주목하기도 하고, 복도에서 피로 쓴 듯한 돼지라는 글씨를 발견하게 되는데요. 이 역시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단초가 되어주죠. 그 후 노숙자 맥스가 같은 방식으로 살해당하고, 그가 같은 사진을 갖고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연쇄살인을 알리게 됩니다.

사진 속의 주인공들은 사관학교의 규율을 접목시킨 기숙사 학교에서 만난 일곱 명의 친구들이었는데요. 프롤로그에서의 사건과 20년 후에 벌어지는 사건 사이에는 긴밀한 연결고리가 있기에, 범인이 누구라고 특정지을수는 없지만, 그에 대한 프로파일은 어느 정도 드러난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런데도 범인이 누구인지 짚어내는 것이 만만치 않았던 이유는 여기에 얽혀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어요. 아무래도 작가가 저널리스트라 그런지, 심층취재의 느낌을 주는 부분들이 많기도 했지만, 책띠에 있던 문구처럼 어느 순간부터 저 역시 살인자를 응원하고 있어서일까요? 도리어 그가 자신이 뜻한 바를 다 이루기를 바라게 되더군요. 그래서 마지막에 반전이라고 할까요? 그 부분에 순간 안돼!!’를 외친거 같기도 하고요. 또한 맥스 울프 시리즈의 시작이라 그런지 싱글대디인 맥스 울프와 딸 스카우트 그리고 애견 스탠과의 이야기, 아무래도 캐릭터 구축을 위해서인지 이 부분 분량도 상당했는데 은근히 아기자기해서 어두운 분위기에 작은 쉼표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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