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의학자 - 의학의 눈으로 명화를 해부하다 미술관에 간 지식인
박광혁 지음 / 어바웃어북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미술관에 간 화학자, 인문학자에 이어서 이번에는 <미술관에 간 의학자>를 만나보았는데요. 자신의 직업적 관점을 더해서 미술을 감상하는 것이 정말 흥미롭게 느껴지더군요.

예전에 사진이 없던 시절에는 그림이 그 역할을 대신했었으니까요. 현대 의학의 지식으로 그 그림들을 보면서 진단을 하는 과정이 특히 재미있었는데요. 바로 캔버스에서 찾은 처방전입니다. 사실적 묘사로 잘 알려져 있던 그랜트 우드의 아메리칸 고딕을 보면, 등장하는 여인의 튀어나온 눈과 긴 목은 갑상샘기능항진증 환자의 전형적인 증상과 부합하는 것이었죠. 또한 작자 미상의 덴마크에서 온 앤 왕비의 초상의 경우에는 눈썹 바깥쪽 3분의 1이 사라지거나 희미해지는 것이 바로 갑상샘기능저하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요. 처음에는 눈썹이 희미해지는 것만 생각하고, ‘모나리자를 떠올렸었는데요. 전체가 아니라 3분의 1이 포인트더군요.

그리고 풍자와 해학을 화폭에 담아내었던 제임스 길레이가 그려낸 통풍은 재기발랄함이 느껴졌는데요. 주걱턱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합스부르크 왕가에 또 다른 병마의 그림자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비정상적인 턱구조로 인한 어려움과 체중관리를 위해, 정말 이름 그대로 황제 다이어트를 했다고 해요. 그래서 고담백 음식을 과하게 섭취한 결과, 심한 통풍으로 고생을 했다고 합니다. 티치아노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 5세의 초상'을 보면, 신발의 크기가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심한 통풍으로 발이 붓고 아파서 그러했다고 하네요. ‘세상을 바꾼 질병에서는 페스트나 스페인 독감 그리고 나폴레옹의 초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위장질병으로 고통받은 흔적과 나아가 위암이 위심되는 모습까지 볼 수 있기도 해요.

하나의 사건을 화가의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는 이야기도 기억에 남더군요. 소시민과 프롤레타리아의 지지를 받고 있었던 자코뱅당은 급진적인 개혁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는데요. 이를 대표하던 장 폴 마라의 암살사건을 갖고 화가들이 자신의 관점을 보여줍니다. 그 중에 질병과 죽음에 대한 그림을 많이 그렸던 에드바르 뭉크는 이를 자신의 문제로 재해석하여, ‘마라의 죽음 1’을 그려냈죠. 스페인 독감의 이야기에서부터 이어오던 뭉크의 일관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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