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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우울
쉬사사 지음, 박미진 옮김 / SISO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이 주는 양가적인 느낌이 독특해서 읽고 싶었던 책인데요. <안녕, 우울>이라는 한국판 제목뿐 아니라, 중국판 제목인 <남자친구가 나보고 우울증이래요>까지 관심이 가는 책이었네요. 스물 다섯의 베이징 중관춘 하이뎬차오의
모 대학 중문과 대학원생인 중시시, 그녀는 책 제목 그대로 남자친구에게 ‘우울증’이라는 선고를 받게 되는데요.
함께 사는 남자친구 렁샤오싱의 출근을 ‘예고 없는 이별’,
‘나로부터의 탈출’이라고 생각하는 그녀가 결국 남자친구를 붙잡고 울음을 터트리고 말아요. 제가 그녀의 친구라도 우울증이 아닌가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그
다음 대처 역시 상당히 난감하더군요. ‘우울증 환자 가족들에게’라는
글을 남자친구에게 읽어주며 조금은 일방적인 이해와 배려를 바라는 모습이나, 남자친구와의 첫키스를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디멘터에 비유하며 자신의 우울증이 그에게서 비롯되었다며 탓을 하기도 해요. 거기다 자신이 아직도
졸업조차 못한 것에 가족을 끌어들이기까지 하는 것이 그런 느낌이랄까요? 왠지 다음 이야기의 소제목은
‘부모님이 나보고 우울증이래요’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어요. 솔직히 속으로 ‘아차’하며
후회하는 마음이 조금 들 정도로 걱정스러운 전개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남자친구가 “네 정상적인 생활은 모두 내 고통 위에 세워진
거지.”라며 답답해할 때, 그녀의 반응이 조금 흥미롭게 느껴졌다고
할까요? 물론 중시시는 상당히 독특한, 아니죠, 생각해보면 가족이나 남자친구처럼 가까운 사람을 탓하는 것은 어쩌면 가장 클래식한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우울증에 첫 인사를 건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시작된 또 하나의 단계는 바로 ‘병원 순례 게임’입니다. 한의학까지 뻗어나가는 것을 보며, 점점 중시시가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자신이 갖고 있는 알 수 없는 우울감과 무기력의 이유를 찾아나가려는 의지에
감탄하게 되더군요. 보통은 말만 앞설 뿐이고, 클래식하다고
표현했지만 정말 손쉬운 방법에 천착하게 마련인데 말이죠. 그리고 이어지는 달리기와 여행까지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더군요. 이 책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인데요. 중국 최대 콘텐츠 리뷰 사이트 ‘더우반’에서 연재를 했을 당시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해요. 아무래도 이런
면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흔히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비유하곤 하죠. 그만큼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고, 또
가볍게 지나갈 수 있어요. 하지만 감기가 그러하듯이, 이를
그냥 두면 큰 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요. 하지만 조기에 인지하고 필요한 치료를 하면 회복될 수 있는
병인 것도 비슷하고요. 그러니 일단 중시시처럼 인사를 건네는 것이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