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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트레일스 - 길에서 찾은 생명, 문화, 역사, 과학의 기록
로버트 무어 지음, 전소영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원주민 가이드들을 가끔 “패스파인더pathfinder”라
부른다. 이 호칭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황량한 오지에서
그들의 과제는 잘 보이지 않는 트레일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런데 (가끔은
트레일들이 너무 엉켜 있어서 탐험가들이 “미로”라고 부르는) 수목이 빽빽한 지역에서 패스파인더의 역할은 그 미로 같은 곳을 빠져나가는 경로를 개척하는 것으로 바뀐다. (p265)
길을 걸으며 인류와 자연을 탐구하는 <온 트레일스 ON TRAILS>를 읽으며 이 지구에서 살아간 모든 생명체가 다 순례자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이 구절을 읽으며 문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패스파인더’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끔은 너무나 많은 길에서 고민해야 하는 것까지
수없이 고민해야 할 때, “어느 길을 선택할지 조언을 얻기 위해 원주민 가이드가 필요했던”것까지 말이죠. 그런 면에서, 그가
트레일의 기쁨 중에 ‘선택으로부터의 자유’를 이야기한 것도
너무나 공감이 되더군요. 제가 요즘 트레일에 대한 책을 종종 읽는 이유도 단순한 선택과 풍부한 경험에
매료되어서가 아닐까 합니다.
저널리스트 로버트 무어의 <온 트레일스>는 ‘아마존 선정 올해의 논픽션 도서’라고 하지요. 물론 다른 곳에서도 올해의 책의 타이틀을 획득했지만
재미있는 것은 ‘뉴욕 매거진’ 선정 올해의 과학도서이고 ‘텔레그래프’선정 올해의 여행도서이기도 해요. 그런데 막상 책을 읽고 나면, 그 두 가지가 다 가능했던 이유를
알 거 같더군요. 생명, 문화, 역사, 과학 그리고 더하자면 철학까지 정말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그와 함께 길을 걸으며 들을 수 있거든요. 길이라는 것이 그렇잖아요.
누군가는 모든 길의 끝에는 무덤이 있다고 하고, 누군가는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고들 말하죠. 고대 생물이 남긴 길을 보면, 결국 안정적인
곳을 향해 움직이기도 했지만 말이죠. 그 어떤 길이든 그 길을 걷는 동안은 수없이 많은 것들을 만나야
하는 것이 순리 아닐까요.
개미의 길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인간의 사회를 아주 집약적으로 들여다보는 느낌이 들었고요. 코끼리의 길은 자연과 어우러지지 못하는 인간을 돌아보게 해주더군요. 그래서인지
인디언의 길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거 같아요.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던 원주민의 길을
존중하지 않던 초기 이주민들을 보면,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그리고
오로지 인간의 편이에 의해 재구성되어야 마땅한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적나라하게 들어나는 거 같았어요. 지금
인류가 맞닥뜨리고 있는 자연의 역습 역시 이런 것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겠지요. 그래도 인간에게는 경험이라는
오래된 그리고 축적된 지혜가 있지요. 이 책 역시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고요. 그런 것들을 패스파인더 삼아 또 다른 길을 개척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