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는 민화다 - 이야기로 보는 우리 민화세계
정병모 지음 / 다할미디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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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SNS에서 한국에서 제일 이상한 단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요. 바로 연달아 진다는 연패連敗와 연달아 우승한다는 연패連霸였죠. 하지만 이번에 <민화는 민화다>를 읽고 나니, 문득 한국에서 제일 잘 어우러지는 단어가 민화民畵와 민화民話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민화에 대해서 미국 민화 연구가 베트릭 럼포드는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예술이라 했고, 화백 김병기는 민화는 어디서 온 게 아니야. 저절로 나온거야.”라고 했는데요. 학술적인 정의를 보는 것보다 이 두 분의 말이 민화를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 거 같아요.

오랜 시간 민화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연구해온 민화전문가 정병모, 그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민화를 주제별로 구분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금 더 책이 판본이 커야 했었다는 아쉬움이 들 정도로 풍부한 작품 소개가 함께해서 눈이 호강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책거리冊巨里로 시작하는데요. 한국동란 직전까지 무려 200여년 동안 유행했던 장르이다 보니, “책거리, 한국 병풍에 나타난 소유물의 힘과 즐거움이라는 책거리 미국 순회 전시회까지 있었나봐요. 저도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책거리를 감상한 적이 있는데, 아기자기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품들이 많더라고요. 이 책에서는 책거리 그림을 통해서 그 그림을 소유한 사람을 이해하는 과정을 함께해볼 수 있었는데요. 그 중에 8마리의 표범가죽을 그린 호피도에 일부분을 잘라내고 그려 넣은 서재가 있는 호피장막도가 기억에 남아요. 저는 이 작품을 보면서 무장 가문이던 이성계의 집안에서 과거시험에 합격해 아버지의 큰 기쁨이 되었던 태종 이방원이 떠오르기도 하더군요. 물론 저자와 함께 세세히 살펴보면 소유자의 자화상을 작성할 수 있지만요. 또한 여성적인 기물이 가득한 책거리도 있었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는데요. 수박을 관통하고 있는 장도에서 읽어낼 수 있는 그들의 메시지 나는 더 이상 씨받이가 아닙니다”,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수박하니 감모여재도가 기억나네요. 사당을 그림으로 그려놓고 제사를 지낼 때 활용한 것인데요. 우리가 생각하는 재수와 달리 다산, 장수, 행복을 기원하는 길상의 상징인 수박, 참외, 석류, 유자, 포도 등이 올라가 있는 것이 이채롭더군요.

그리고 제가 워낙 나비를 좋아하다보니 여러 점의 호접도역시 오래오래 살펴본 그림 중에 하나였네요. 특히 남나비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는 남계우의 꽃과 나비는 그 그림에 써있는 글을 읽지 못해도, 그림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을 거 같았어요. 아무래도 지필묵이 귀하던 시절이라 그럴까요? 민화는 관조하는 맛보다는 요모조모 살펴볼수록 더욱 다양한 멋과 맛을 느낄 수 있는 거 같아요. 그런 면에서 이렇게 좋은 가이드북이 있으니 민화를 감상하는 재미가 한껏 늘어난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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