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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벌어 살아도 괜찮아
오가와 사야카 지음, 이지수 옮김 / 더난출판사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오가와 사야카는 현대 일본 지성을 대표하는 문화인류학자 중에 한 명인데요. 그는
3년동안 탄자니아에서 헌 옷 행상을 하며, 탄자니아 도시민의
삶을 생생하게 경험하며, 객관적으로 관찰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을 통해서 우리가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자본주의를 만나게 되는데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유명한 심리 실험 중에 하나인,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월터 미셸의 ‘마시멜로 실험’이 떠올랐는데요. 이 실험은 현재의 만족을 유예시킬 수 있는 자기조절능력이나 의지력의 힘을 잘 보여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실험은 1960년대 시행된 것인데, 지금까지도 큰 영향력을 갖고 있기도 하지요. 그리고 제가 살아가는
삶 역시 이와 참 닮아 있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삶을 계획하고,
현재의 행복과 미래의 목표의 균형을 맞추려고 나름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이 옳다고 늘 생각해왔으니까요.
그리고 오가와 사야카 역시 그러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다보니 교토대학
명예 교수 가케야 마코토가 아프리카 탕가니카 호수 동쪽 연안에 사는 농경민 통궤족의 생계유지 방식을 연구하면서 사용했던 “통궤족은 가능한 한 최소한의 노력으로 생활을 꾸려나간다”라는 말에
당황한 것도 이해가 됩니다. 노력이라는 효현에 최소한이라는 수식어는 저 역시 넌센스처럼 느껴졌는데 말이죠. 하지만 통궤족의 삶도 그리고 그가 만난 탄자니아의 삶도 다 나름의 방식 중에 하나였던 것이죠. 정말이지 다를 뿐인 것이죠.
이 책을 통해서 그 다름에 대해서 폭넓게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가기 마련이죠. 탄자니아의 정치와 경제가 안정적이지 못하다 보니, 탄자니아 도시민의 삶 역시 우리가 아는 것과는 상당히 달라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은 노후를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노후를 맞이하는 것이 가능한지부터가
불확실하죠. 그러니 장기적으로 미래를 계획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자신에게 현실에 충실하게 되는 거 같아요. 그때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직업을 바꾸는 제너럴리스트가 당연시되다 보니, 탄자니아의
노동인구 중에 66퍼센트가 비공식 경제활동에 종사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올 수 밖에 없네요. 그들에게 직업조차도 미래 가치나 효율로 평가되지 않는 것을 보면, 효율성을
목적으로 하는 우리의 삶과 참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탄자니아 도시민의 삶이 중국의 저가 시장과 상당한 접점이 있다는 것인데요. 덕분에 홍콩이 청킹맨션은 저가의 세계화, 아래로부터의 세계화를 상징하는
공간이 되어 가는 거 같더군요. 심지어 중국에는 아프리카 촌이 만들어지기까지 했다는데요. 소위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퇴보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세계화 물결이 아래로부터 넘실거리는 것이 흥미롭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