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경제이야기
임병걸 지음 / 북레시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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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갸웃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 생활에 가장 밀접한 경제와 약간은 세상에서 부유하듯 살아갈 거 같은 시인의 조합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것은 지극히 저의 편견에 가까운 것이더군요. 이 책의 저자 임병걸의 말처럼 시인은 결코 공중부양을 하는 사람일 수 없으니까요. 거기다 이 책을 읽던 와중에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최영미 시인이 여러 가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는데요. 그러다 보니, 시와 경제를 연결시킨 이 책을 더욱 유심히 읽게 되었고, 시와 경제뿐 아니라 나아가서 인생에 대해서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1, ‘지상의 방 한 칸을 찾아서에서는 김사인의 지상의 방 한 칸이라는 시가 참 좋았습니다. “이 나이토록 배운 것이라곤 원고지 메꿔 밥 비는 재주뿐/쫓기듯 붙잡는 원고지 칸이/마침내 못 건널 운명의 강처럼 넓기만 한데”, “며칠 후면 남이 누울 방바닥/잠이 오지 않는다이런 구절들이 참 가슴 아프게 다가오더군요. 어쩌면 1장의 마지막 주제가 서점, 사라져가는 영혼의 주유소인 것이 이해가 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예민한 감수성과 심오한 통찰력으로 세상을 읽어나가는 시인이라고 하지만, 그러한 시선도 이 세상에서 살아나갈 수 있어야 가능한 것이니까요.

2, ‘당신의 감정도 팔 수 있나요?’에서는 신경림의 가난한 사랑 노래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어린 시절 멋 모르고,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사계의 첫 구절을 즐겁게 불렀던 적이 있지요. 나중에 그 노래의 전체 가사를 알고, 또 그 노래가 그려낸 현실을 이해하고는 당황했었어요. 신경림의 시 역시 그러했습니다. 이 책에 수록된 시 중에서 제가 이 전부터 알고 있던 몇 안 되는 시 중에 하나였는데요. 서정적인 시라고 생각해왔었는데, 지금의 시대상과 함께 이 시를 읽으니 그 의미가 참 현실적으로 다가오더군요.

3, ‘커피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에서는 박목월의 심야의 커피를 알게 되어서 행복했네요. 암갈색 심연暗褐色 深淵과 같은 커피안으로 녹아드는 설탕을 비유하는 표현들이 참 사색적이라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단순히 커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커피 맛처럼 쌉싸름하지만 향기로운 사유를 하는 세상이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을 잘 보여주는 시이기도 했어요. 4, ‘시네마 천국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에서는 사북초교 학생들의 시가 인상적이었는데요. 탄광촌 아이들의 시를 엮어서 펴낸 <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는 꼭 챙겨 읽어보고 싶은 시집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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