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인간과 함께한 시절 - 명화와 함께하는 달콤쌉싸름한 그리스신화 명강의!
천시후이 지음, 정호운 옮김 / 올댓북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부터 그리스 신화를 좋아해서 다양한 책을 읽어왔는데요. 이번에 읽은 <신이 인간과 함께한 시절> 역시 너무나 좋은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대학에 개설된지 20년 가까이 되었고, 해마다 수강생이 2천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 있는 강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요. 100여점의 명화를 통해 더욱 풍부하게 그리스 신화를 만날 수 있고요. 현대적인 시각에서의 재해석이 흥미롭습니다. 불평과 비난의 신 모모스와 아프로디테의 이야기에서는 말이죠. 작가는 결국 모모스가 아프로디테의 결점을 찾지 못해 죽어버렸다는 이야기가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고 하지만, 저는 생트집이기는 하지만 결국 비난할 거리를 찾아낸 것에 더욱 모모스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프로불편러(pro+불편+er)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살다 보니 더욱 그런 거 같아요. 그리고 동양적인 시각을 함께 만나볼 수 있어서 매우 흥미로웠어요. 예를 들면 아테나에 대한 해석인데요. 마오쩌둥이 "여성이 하늘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다"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나더군요. 또한 중간 중간에 유머러스한 코멘트, 약간 아재개그같기도 했지만 그런 부분들이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복수의 여신 에리니에스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어요. 사실 저는 복수의 여신하면 네메시스를 떠올리곤 했었는데요. 두 여신의 업무범위가 조금 달랐던 거 같더군요. 네메시스를 율법의 여신으로 소개하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사적인 영역을 담당한 것이 에리니에스가 아닌가 합니다. 물론 복수의 방식은 매우 비슷해서, 복수의 여신은 괴로운 양심이라는 표현이 정말 딱 어울립니다. 제가 복수의 여신 하면 떠올리는 그림은 피에르 폴 프뤼동의 범죄를 뒤쫓는 정의의 여신과 복수의 여신과 윌리엄 부게로의 오레스테스의 자책인데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잘 몰랐는데, 이 두 그림의 의미를 잘 생각해보면 네메시스와 에리니에스를 구별할 수 있겠더군요. 특히 이 책에서 오레스테스의 친모 살해사건에서 드러났던 복수의 여신 에리니에스의 투철한 프로정신에 대해서 잘 설명해주고 있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복수와는 조금 다르지만, 신들이 내리는 형벌의 의미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시간이 바로 형벌이고, 끊임없이 희망과 절망 사이를 순환해야 하는 형벌이라니요. 문득 인간사와 닮아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음을 중국의 근대시인 저우스의 시로 풀어나가요. 그 시가 주는 느낌이 참 좋더군요. 신과 인간이 함께하지 않는 현대사회 같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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