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 스위치를 켜다 - 고도지능 아스퍼거 외톨이의 기상천외한 인생 여정
존 엘더 로비슨 지음, 이현정 옮김 / 동아엠앤비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예전에 서번트증후군을 갖고 있는 천재화가에 스티븐 윌트셔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는 헬리콥터를 타고 대도시를 한번 살펴보고 나면, 그 도시의 모습을 정교하고 세밀하게 그려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는데요. 서번트 증후군은 자폐증이나 지적장애를 가진 이들이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 재능을 갖게 되는 데요. 아스퍼거 증후군 역시 서번트 증후군과 비슷하게 고 기능성 자폐증으로 분류되곤 합니다.

<뇌에 스위치를 켜다>의 저자 존 로비슨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갖고 있는데요. 아스퍼거를 질병이 아닌 또 다른 삶의 방식으로 생각하는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병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아웃사이더로 살 수 밖에 없었어요. 사람들과의 교감이 불가능했기 때문인데, 자신이 살아온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을 택하기 위해 매우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에 참여하게 됩니다. 주로 우울증 치료에 쓰여왔지만, 자폐증 치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TMS(경두개자기자극술)요법인데요. 이는 의학적으로 검증되었거나 공인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이를 통해 그는 책의 제목 그대로 뇌에 스위치를 켜게 됩니다. 그 동안 자폐증이 있는 사람들은 마치 섬에 갇혀 있는 것처럼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있다고 여겨졌지요. 하지만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타인과의 소통능력을 상실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능력이 고립되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자폐증에 대한 이해도 커지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타인과 자신의 감정을 깨닫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한 강력한 어쩌면 과하게 느껴질 정도의 각성을 하게 되요. 덕분에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아주 독특한 관점에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지요.

하지만 한 편으로는 자신의 능력이 사라질까 걱정하게도 되는데요. 제가 처음에 언급한 서번트 증후군과 결이 다르기는 하지만 아스퍼거 증후군도 특정 분야에 뛰어난 재주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물론 이런 걱정도 존 로비슨이 아니었다면, 또 그의 도전이 아니었다면 알 수 없는 것이었겠지요. 가끔 그런 천재성을 보면서, 특정 감각을 잃으면 다른 감각들이 예민해지는 것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했지만요. 책을 읽으면서 문득 뇌의 기능 장애를 고칠 수 있는 미래가 보이는 거 같기도 하고 희망이 생기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은 위험하고 도전적인 선택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생기더군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