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박스 - 컨테이너는 어떻게 세계 경제를 바꾸었는가
마크 레빈슨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은 세계화하면 정보통신의 발달을 떠올리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 있다. 바로 컨테이너입니다. 당장 제 주변만 둘러봐도, 컨테이너에 실려 제가 살고 있지 않은 나라에서 왔을 법한 물건들이 눈에 정말 많이 들어오는데요. 이처럼 세계를 연결하는 또 하나의 거대한 힘이 바로 컨테이너 박스인 것이죠.

경제학자 겸 저널리스트인 마크 레빈슨은 <THE BOX 더 박스>를 통해 컨테이너 박스가 물류시장 그리고 나아가서 세계 경제를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심층분석 합니다. 책을 읽고 나니 이코노미스트컨테이너가 없었다면 세계화도 없었을 것이다.”라는 평에 정말 공감이 가더군요. 책의 표지를 제거하고 보면, 책 자체도 색감과 디자인 그리고 600페이지가 넘는 두께 덕분에 하나의 컨테이너 박스처럼 보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문득 예전에 읽은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가 떠오르더군요. 그녀는 런던항에 정박한 배에서 내려지는 물건들을 보면서 배가 더 이상 낭만이 아닌 욕망을 상징하게 된 것을 아쉬워하기도 하는데요. 그러한 욕망이 박스가 세계를 더욱 긴밀하게 연결하게 만드는 기폭제가 되었겠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기억에 남았던 인물은 다름 아닌 컨테이너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말콤 맥린입니다. 그는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대량 생산 방식을 만들어낸 실현시킨 헨리 포드와도 비견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닐까 해요. 사람들이 일일이 짐을 옮겨 싣는 것이 아니라, 컨테이너 자체를 들어올려서 물건을 싣고 내릴 수 있다는 것은 이전에 필요했던 시간과 돈과 인력을 감축할 수 있었거든요. 그리고 이를 통해서 세계 물류의 유동량이 급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60년 전에 아이디얼엑스호가 최초의 컨테이너를 싣고 출항 할 때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2020년이면 세계 물류 시장 규모가 무려 8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컨테이너는 단순히 싣고 내리는 것을 수월하게 해준 것뿐 만 아니라, 규격화를 통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기도 했지요. 이를 위해서 본인의 기술 특허권을 포기할 정도였다니, 더욱 놀랍더군요. 기술의 혁신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나가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컨테이너화를 통해 상품 운송 과정을 효율적으로 만들어가는 와중에 부딪쳤던 수많은 반대입니다. 특히 당장 자신의 일거리를 잃게 된 부두 노동자들의 투쟁이 눈길을 끌었는데요. 예전에 역사시간에 러다이트 운동을 배울 때는 마냥 웃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시대가 점점 더 다가오고 있는데요. 물론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는 왠지 모를 안타까움이 느껴지기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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