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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 -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
제인 하퍼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제인 하퍼의 <드라이>는 작품에 쏟아진
수많은 호평, 베스트셀러 기록들, 수상내역, 심지어 이미영화화가 결정되었다는 소식 같은 것들이 확실히 눈길을 끌더군요. 그
중에 ‘올해 최고의 압도적인 데뷔작’, 그리고 뉴욕타임스의
‘모든 페이지에 비밀이 담겨 있다!’라는 평을 머리에 담고
책을 읽게 될 줄 알았는데요. 이상하게 그 것보다 더욱 기억에 남는 것이 부제였습니다. ‘죽음을 질투한 사람들’이었네요.
그리고 2년간 비가 오지 않아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작은 마을 키와라에서 교차하는 과거와
현재의 살인사건을 담아낸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저 말이 떠오르더군요. 키와라에서 죽어간 사람들, 키와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심지어 이 사건의 진실을 찾아낸
사람들까지도 어쩌면 죽음을 질투할 수 밖에 없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키와라의 자연환경,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더위는 사람들을 더욱 극한 절망으로 밀어붙이고
있었지요. 자신들이 키워오던, 그리고 자신들의 삶의 기반이
되어주어야 할 가축에게 더 이상 먹이를 줄 수 없어서, 총으로 겨누어야 할 정도로 상황은 심각합니다. 총을 겨눈 그 순간, 그 총구가 가축이 아닌 자신에게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가 아닐까요. 거기다 페쇄적인 공동체로 살아가는 마을은 단순히 그 곳에서
나고 자랐다고 해서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주는 것도 아닐 정도로 배타적인 기운이 넘실대고 있지요. 자연이
만들어내는 극한 환경과 인간이 만들어내는 극한 환경이 끝없이 교차하는 느낌이라, 저에게는 모든 페이지에
비밀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페이지에서 사막의 모래가 흘러 나오는 거 같은 서걱거림이 담겨
있다고 하고 싶을 정도였어요.
그런 외딴 마을을 배경으로 벌어진 살인 사건은 과거의 살인사건에 연결되어 있었던 애런 포크를 다시 키와라로 돌아오게 만듭니다. 포크에게는 영원히 되살리고 싶지 않았을 과거의 사건이고 영원히 발생해서는 안 되는 친구의 살인 사건입니다. 그 두 사건의 진실을 조금씩 드러내는 과정을 함께 따라가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정말 끔찍한 일가족 살인 사건이죠. 어린 딸만 남기고 온가족을 살해하고
자살한 가장 루크 해들러거든요. 하지만 그의 죽음이라는 것은 키와라 사람들에게 더 이상의 절망을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탈출구처럼 보일 정도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것은 그러니까 망각이라는 것은
드러나는 진실에 정면으로 부딪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질투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