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충실한 나라, 독일에서 배운다
양돈선 지음 / 미래의창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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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대학에 입학하고, 친구와 함께 처음 유럽 여행을 갔을 때, 저희가 막연하게 독일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는 딱딱하다입니다. 물론 독일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독일에서 우리가 갖고 있던 이미지는 금방 바뀌었어요. 바로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잘 정돈된 그리고 사람이 우선시 되는 나라라는 느낌이었죠. 물론 기본과 원칙이라는 말이 딱딱하다라는 이미지에 많은 기여를 했겠지만 말이죠. 그래서 <기본에 충실한 나라, 독일에서 배운다>라는 책 제목을 보자마자 바로 공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독일이 우리나라와 유사점이 많은 나라로 느껴졌었던 시절도 있었지요. 분단국가라는 점, 그리고 라인강의 기적에 빗대었던 한강의 기적과 부존자원을 바탕으로 선진국형 국가가 된 나라들과 대척점에 서있었다는 점도 그러해요. 하지만 지금의 한국과 독일은 상당히 다른 지점에 서있다는 거 같아요. 특히나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예전에 피겨스케이팅에 김연아가 등장했을 때의 기억이 떠오르네요. 일본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한 아사다 마오가 있었지만, 김연아는 타고난 재능과 노력으로 최고의 자리에 서는데요. 하지만 독일에서 어떻게 정치인이 성장하는지를 살펴보니,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문제 중에 하나는 정치에서도 김연아와 같은 인물이 등장하길 바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만약 그런 기적이 일어나더라도, 김연아가 은퇴한 이후로 포스트 김연아가 등장하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의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요즘 정치인들이 자신의 실력을 키우기보다는 방송을 통해 인기를 끌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 걱정스럽기도 하고요. 그래서 교육이나 부동산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독일의 하드파워가 돋보였지만, 독일이 정치가 갖고 있는 전문성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아무래도 정치가 안정적이지 못하고, 정부와 사회시스템이 국민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면, 그 위에 무엇을 세워도 불안할 수 밖에 없을테니까요.

독일이 갖고 있는 막강한 하드 파워에 이어 견고한 소프트 파워에 대한 소개도 이어집니다. 여기에서는 제가 오래 전에 여행을 가서 느꼈던 것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는데요. 여전히 그런 원리원칙을 지켜내고 있다는 것이 놀랍고, 어쩌면 그런 것들이 독일의 전통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부럽기도 하더군요. 이어서 이 것들을 완벽하게 조합하여 만들어지고 있는 스마트파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독일은 패권국이 되는 것을 경계하지만, 이미 주변에서 독일을 그렇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더군요. 자신이 패권자를 자처하는 것은 쉽습니다만, 주위에서 패권자로 추대 받는 것은 어려움이 크기에 더욱 그러한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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