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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ㅣ 창비시선 406
정호승 지음 / 창비 / 2017년 2월
평점 :
학창시절에는 친구들과 시집을 서로 선물할 정도로, 한참 시를 읽었던 같은데요. 어느새 시와 참멀어지기 시작한 거 같습니다. 서재를 둘러봐도 시집은
그 시절에 구입했던 것들이 거의 다라고 할까요? 왜일까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학교에서 문학수업을 받으면서 시라는 것이 수학공식처럼 암기해야 하는 무엇으로 서서히 제 안에서 변화한 것이
아닌가라는 핑계거리가 하나 잡히긴 하네요.
시간이 지날수록 건조해지는 제 마음도, 또 제 서재에도 촉촉한 감수성을 더해보기 위해 시집을
읽기 시작했는데요. 아무래도 잘 모르다보니, 유명한 분의
시집을 고르게 되었어요. 바로 ‘수선화에게’라는 시로 이름을 알고 있는 정호승님의 시집입니다. 하지만 시집의
제목은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라서, 약간의 불안함이 느껴지기는 했습니다. 사막처럼 버석거리는 마음에
절망을 더하는 것이 아닌가 해서요. 하지만 시집의 제목이 된 시를 읽고나니, 제가 얼마나 이분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알겠더군요. 희망의 반대는
절망, 기쁨의 반대는 슬픔, 이런 식으로 말이죠. 그 안에 수많은 스펙트럼이 존재함을 알면서도 어느새 그 극단만 집어내고 있는 것이죠. ‘나는 절망을 통하여 희망을 가졌을 뿐/ 희망을 통하여 희망을 가져본
적이 없다’ 이 시 구절이 아직도 입가에 맴도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수선화에 대한 시도 몇 편 더 만날 수 있었는데요. ‘봄이 오지 않아도 수선화는 피어난다고/수선화가 피어나기 때문에 봄은 온다고’라는 구절은 행복하기에 웃는
것이 아니라, 웃기 때문에 행복해진다라는 윌리엄 제이스의 말이 떠올리게 하더군요. ‘수요집회’, 그리고 ‘매듭’처럼 한 구절을 읽을 때마다, 마치 성스로운 기도문을 읽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도 참 좋았고요. 너무 멀리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어, 이
길이 맞나 조심스럽기까지 하지만 다시 시의 세계로 한걸음 내딛는 기분마저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