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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후퇴 - 불신과 공포, 분노와 적개심에 사로잡힌 시대의 길찾기
지그문트 바우만.슬라보예 지젝.아르준 아파두라이 외 지음, 박지영 외 옮김 / 살림 / 2017년 6월
평점 :
<거대한 후퇴>, 책의
제목을 본 순간 왠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를 가장 잘 드러낸 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 하고 있는 요즘 ‘후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 아닌 사람과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공동체인
사회 나아가 국가의 행태가 그러하다는 것이죠.
이 책의 제목은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에서 가져온 것인데요. 칼 폴라니는 신자유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한 인물이죠. 특히 그가 시장경제를 신화라고 이야기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그래서 이 책에서도 국가간의 무역이 확대되고, 나라와 나라 사이에
상호의존도가 높아지는 경제 형태인 ‘글로벌 경제’가 도리어
‘국가 경제’를 파괴했다는 지적에도 공감이 가더군요. 더 이상 보호하고 성장시켜야 할 국가경제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기에, 국가권력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민족국가주의로 흐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예전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중우정치에
대해 이야기 할 때, 그때는 딱히 그런 개념자체는 몰랐지만, 저는
집단지성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었던 거 같아요. 하지만 그러한 믿음이 흔들린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러서인지, 이 책을 더욱 주의 깊게 읽었던 거 같습니다.
심지어 세계화라는 것이 갖고 있는 함정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는데요. 초연결사회라고
하지만, 도리어 그런 연결이 단절을 불러온다는 것이죠. ‘단절로
이루어진 세계’라는 말에 딱히 반박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저 역시 곰곰이 생각해봤던 거 같아요. 예전에 읽었던 시에서 사람을 외로운 섬에 비유했지요. 그때는 그렇게
홀로 외롭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거 같은데, 요즘은 사람들이 자신이 외로운 섬이 된 것 자체를 인식할
수 없는 사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더 이상 통합되지 않고,
도리어 경계인의 시간에 익숙해지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한때는 그런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이러한 시간 역시 과정이라고
말이죠. 오랜 시간이 흘러서, 인류가 이 시간을 되돌아보면, 거대한 발전의 편린이 아니었을까라고 말이죠. 하지만 발전 역시 축복과
저주의 혼합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 요즘 우리는 어쩌면 후퇴라는 저주에 빠져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더군요.
그래서인지 세계 최고 지식인과 석학이라 불리는 15인이 현대사회를 진단하는 이 책을 낸
것이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거기다 책 출간에 즈음하여 ‘거대한
후퇴 http://www.thegreatregression.eu/’라는 홈페이지까지 만들어서 계속 교류를
하고 있다니, 지금 우리를 거의 떠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바람의 방향을 감지해주는 좋은 센서가
되지 않을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