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는 박물관 - 모든 시간이 머무는 곳
매기 퍼거슨 엮음, 김한영 옮김 / 예경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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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리전트 라이프에서는 세계 문학상 수상자들이 박물관을 방문하여 쓴 글을 연재했는데요. 바로 박물관의 저자들입니다. 이 중에서 24편의 글을 고르고 골라, <끌리는 박물관>이라는 책이 나왔어요.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미술관, 자연관 그리고 박물관을 꼭 방문하는 편이라서, 더욱 궁금할 수 밖에 없는 책이었답니다.

어린 시절 내게 박물관은 사실상 고문 장소였다. 양쪽 모두에게 그랬다. 부모님은 박물관에 데려가는 것으로 나를 고문했고, 나는 확고하고 고집스럽게 지루해하는 것으로 부모님을 고문했다.”

존 란체스터의 이야기를 읽으며, 문득 나는 왜 그런 버릇이 생겼나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아무래도 저 역시 부모님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하네요. 심지어 클래식 공연도 참 많이 데리고 가셨는데요. 차라리 박물관은 괴로움까지는 아니었는데, 오페라는 저에게도 처음에는 고문이었던 거 같아요. 조금은 기괴해 보이는 무대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의 향연이 어린 저에게는 참 어려운 것이었지요. 문제는 저는 고집스럽게 지루해하는 것역시 불가능 했다는 것이죠. 제가 잘 하는 공상에 빠지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감각을 자극하는 무엇인가가 분명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역시 그렇게 어린 시절 부모님께 질질 끌려 다니지 않았다면, 성인이 된 그가 자발적으로 자신을 박물관으로 끌고 다니는 것 역시 힘들었을 것을 인정하죠. 아마 저 역시 어린 시절의 경험이 아니었다면, 예술 분야와 참 멀었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고난이 환희로라는 글에 참 많이 공감이 갔던 거 같아요.

하지만 이곳의 마법은 여전하다. 순수예술과 현실의 삶, 음악적 명성과 사과 깎는 기계, 천상의 음률과 최후의 침묵이 여기서 교직한다.”

제가 줄리언 반스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투술라 호숫가에 살다 그 뜰에 묻힌 시벨리우스의 집을 방문한 이야기 역시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글을 읽다 보면, 마치 그 곳에서는 시간이 멈춰져 있는 거 같기도 했고, 아주 천천히 하지만 지금 제가 살아가는 공간과 같은 시간이 흐르고 있었음을 뒤늦게 깨닫는 듯한 느낌도 묘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대충 맥락상 이해가 가능하기는 했지만, ‘교직한다를 사전으로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두 가지 이상의 실을 섞어서 짜다라는 의미이든 어떠한 현상이나 사건, 생각 따위를 번갈아 나타내다.’라는 비유적인 의미이든 그 어떤 것이라도 정말 잘 어울리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책을 읽다 보면 가보고 싶은 곳이 정말 많았는데, 그 중에 이 곳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온 이유도 여기에 있을 듯 합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어두운 과거와 밝은 현재가 교차하는 듯한 국립박물관 카불에 대한 이야기나 유명한 사람이 아닌 그냥 사람의 삶이 머물고 있는 주택박물관에 대한 글도 기억에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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