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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문제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6월
평점 :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 –안나 카레니나
"해답은 없다. 가족에게는
매뉴얼이 없다." –우리 집 문제
오쿠다 히데오의 <우리 집 문제>를 읽으면서, 떠올랐던 말들과 책을 읽다 너무나 공감한 문장이다. 이 책은 그의 ‘가족소설’ 2탄인데, 1탄은 <오 해피데이>이다. 그 때도 비슷한 말들을 떠올렸던 기억이 있는 것을 보면, 각각의
단편들이 모자이크처럼 어우러져 가족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 아닌가 한다. 물론 1탄에서 유명 문학상을 타고 팔자가 핀 작가로 등장한 오쓰카 야스오가 2탄에서도
등장하면서 나름의 일관성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내와 현미밥’을
읽을 때도 자전적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런 의혹이 만연해 있는 와중에, ‘아내가 마라톤을 하겠다고 한다’가 2편격으로 나와서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여전히 건강을 잘 챙기고, 유명한 작가의 아내가 아닌 자신으로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토미는 매력적이고 유쾌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에리의 4월’이다. 일본에서 4월은 입학시즌이라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인생을 새롭게 출발하는
사람들로 넘실대는 일본에서, 고등학교 3학년인 에리가 맞이하는 4월은 영원히 준비하고 싶지 않은 새출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녀가 깨달은 것처럼 “모든 가정이 나름대로 문제를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을.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듯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을 말이다. 에리가 그 것을 ‘어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안타깝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그렇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이미 에리 역시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여 대견한 마음도 들었다. 되돌아보면, 공부만 하면 모든 것이 다 잘 돌아가는 것처럼 여기고 다른 일에 영 무심했던 나의 고등학교 3학년때와는 확실히 다른 결이 보인다.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오쿠다 월드’라는 말을 사용한다. 다양한 수식어가 붙기는 하지만, 나는 ‘해학적’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가볍게 풀어가면서도, 그
속에서 개인과 가족의 성장을 포착해낸 것이 재미있었다. 확실히 그의 작품은 시니컬한 정서와 유머감각이
살아 있다. <공중그네>, <오 해피데이>, 그리고 <우리집 문제>
역시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