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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사장을 납치한 하롤드 영감
프로데 그뤼텐 지음, 손화수 옮김 / 잔(도서출판)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가끔 도시의 풍경이나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주거환경에 특색이 없어진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아무래도 글로벌기업들의 무차별적인 확장과 공격적인 전략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이케아 사장을 납치한 하롤드 영감>이라는 책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왠지 그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 동안 북유럽 소설을 몇 권 읽은 적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거 같아요. 특히나 사브Saab를 타고 다닌다는 점도 그랬지만요. 동네에 이케아가 들어오고 나서, 사람들이 대를 이어온 룬데 가구점의
퀄리티에 이케아의 가격을 원한다는 돌직구를 날리는 면도 그랬지요. 그래서인지 <오베라는 남자>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상당히 유쾌하고 나름 흥미로운 반전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요. 뭐
전혀 그런 부분이 없는 것만도 아니긴 합니다. 납치를 하러 간다는 하롤드 영감에게 행운을 빌어주는 경찰같이
재미있는 설정이 풍부하기는 해요. 거기다 이케아 사장인 잉바르 캄프라드 역시 캐릭터성이 뚜렷한 인물이라
그런지 소설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이더군요.
하지만 이 책은 그 동안 제가 북유럽 소설에 갖고 있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조금 다른 느낌의 반전이 있었습니다. 약간 철학적인 느낌이라고 할까요? 대를 이어오던 가구점이 문을 닫고, 가족은 해체되어 가고, 사랑하는 아내는 치매로 자신의 존재를 지워가는, 어떻게 보면 하롤드의 사회적인 자아가 그리고 나아가서 하롤드라는 사람의 자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결국 납치라는
어떻게 보면 정말 극단적인 사건으로 확장되어가는 와중이잖아요. 그런데 자꾸 대량생산과 세계화가 만들어내는
맹점 같은 것들이 떠오르더군요. 이야기를 진행하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계속 만들어내는 것이 독특했어요. 결국 그가 꿈꾸었던 복수에 대한 이야기까지 말이죠. 복수를 하면
속시원할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어디까지나
나의 슬픔은 내가 감당해나가야 한다는 깨달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