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정치 - 밀과 토크빌, 시대의 부름에 답하다
서병훈 지음 / 책세상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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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인류 최초의 핵실험 프로젝트인 트리니티가 성공했을 때의 대다수는 침묵했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 상황은 2017년 대한민국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위대한 정치>이 저자 서병훈은 서론에서 한국의 지식인들이 보이는 비지성적인 행태에 대해 이야기한다. 위대한 정치에서 다루는 19세기를 대표하는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과 알렉시 드 토크빌의 삶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물론 <자유론>을 쓴 밀과 <미국의 민주주의>를 쓴 토크빌은 학문적인 성과에 비해서 정치적으로는 미미한 결과를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절대 침묵하지 않았다. 후에 글로서 역사적 소명에 답하는 것이 좋았을 것을 깨닫기도 했지만, 자신의 글을 자신의 정치적 행보에 투영시켰고, 행동하는 지성으로 살아갔기에 그런 통찰도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밀은 진보적 자유주의를 외치며 도덕정치를 추구했고, 토크빌은 새로운 자유주의를 표방하며 위대한 정치를 꿈꾸었다는 작가의 글에 정말 공감한다. “우연히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참정권을 얻을 수 없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애썼던 밀은 투표권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정치에 관심을 갖고 정치를 배우고 그래서 정치적인 책임감을 가질 수 있다고 보았다. 그가 생각하는 진보적 자유와 도덕정치라는 것은 그런 것이지만, 시민의식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고양될 수 없다는 것을 역사가 답해주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도덕과 종교와 질서 거기에 자유와 평등이 다 연결되는 어떻게 보면, 공자의 대동정치가 떠오르기도 하는 이상향을 꿈꾸었던 토크빌이 생각하는 자유는 질서 속에 규율이 있는 자유였다. 21세기에서도 도리어 쇠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유에 대한 토크빌의 생각은 19세기 프랑스에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는 거 같기도 하다. 그들이 정치인으로 많은 실패를 경험한 이유 역시 자신들이 갖고 있는 신념과 원칙을 고수하는데 있었다는 것이 양날의 칼처럼 느껴졌다. 심지어 대중정치인은 어때야 하는지 머리로는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자적인 양심을 지켜낸 것이다.

두 사람은 짧게나마 서신으로 우정을 쌓기도 하고, 논쟁을 펼치기도 했던 토크빌이 자유야말로 우리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함께 걸어가야 할 영역"이라고 마지막 편지에 쓴 것이 이해가 간다. 요즘 우리나라를 들여다보면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해서 기본부터 다시 살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고 이 책은 거기에 대한 좋은 답이 될 것이다. 조금 더 홍보에 신경을 쓰고, 책 표지도 잘 만들었으면 많은 사람들이 찾을 거 같은 책인데, 그런 면은 좀 아쉽다. 그 역시 머리와 양심의 거리에서 나온 결과물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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