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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일기 - 디킨스의 만찬에서 하루키의 맥주까지, 26명의 명사들이 사랑한 음식 이야기
정세진 지음 / 파피에(딱정벌레) / 2017년 2월
평점 :
책을 읽기 전에도 그랬지만, 책을 읽고 나서도 제목이 정말 아쉽게
느껴지는 정세진의 <식탐일기> 음식을 사랑한 26명의 명사들의 이야기와 그 시대의 풍경까지 엿볼 수 있는 정말 매력적인 책인데, ‘식탐’이라는 것이 자칫 부정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점이 그런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인물들을 떠올려 보자면, 일단 일본이 사랑한 미식가 기타오지
로산진이 있다. 만화 ‘맛의 달인’에 등장하는 꼰대 캐릭터가 알고 보면 이 인물을 모델로 한 것이라고 한다. "요리의 90%는 재료", "진정한 미식가란 맛있는 음식을
먹는 사람이 아니라 맛있게 음식을 먹는 사람이다" 그가 남긴 말들이 요즘처럼 음식이 흔해진
시대에 도리어 큰 의미를 갖게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음식의 진정한 가치를 끝없이 탐했던 그를 잊지 못할
것 같다.
제인 오스틴이 명작을 탄생시키게 된 배경에도 음식이 있었다. 바로
티타임이다. 그녀는 오스틴 가에서 티 소믈리에 같은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티타임에 나누는 수다는 그녀의 소설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었다. 처음에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읽고, 약간 우리나라 드라마 같다고 생각했던 것이 떠오르는 순간이기도 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그 매력이 풍부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무래도
홍차의 깊고 향긋한 맛이 더해져서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폴리적인 생각이란 삶에 대해 낙천적인 시선을 가진다는 뜻"이라는 말을 남긴 소피아 로렌이 있다. 소피아 로렌은 우리
세대의 배우는 아니다. 나 역시 그녀를 알게 된 것은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의 수상소감 때였으니 말이다.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는 그녀에게는 나폴리적인 생각뿐 아니라 또 하나의 비법이 있다. 바로
나폴리의 파스타이다. 이 부분에서는 일본의 미식가 기타오지 로산진이 떠오른다. 담백하면서도, 재료의 맛을 풍부하게 살리는 파스타, 소피아 로렌의 미모와 몸매를 찬양하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여러분에게 보이는 이 모든 건 전부 스파게티 덕분이에요"라고
했다니, 내일 친구를 만나면 나폴리식 파스타를 먹으러 가야겠다. 물론
식사를 하며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이 책을 읽은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