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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여인실록 - 시대가 만들어낸 빛과 어둠의 여인들
배성수 외 지음 / 온어롤북스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학창시절 역사 선생님의 인기가 떠오른다. 그저 시험에 나오는 것만
달달달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야사나 비화를 곁들여서 설명을 해주셔서 학생들이 정말 좋아했었다. 내가 지금까지도 역사를 좋아하는 이유에 그 선생님도 큰 역할을 하셨을 것이다.
<조선왕조여인실록>은 학창시절의 역사수업을 떠올리게 한다. 현직역사교사 4분이 집필한 책인데 일단 재미있다. 한편으로는 역사 속 인물을 현대적인 시선으로 재해석해보고, 또 현대
사회에 반면교사로 살펴보는 것 역시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대중적으로는 그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만, 단편적인 이미지로만
기억되고 있는 . ‘어을우동’, ‘신사임당, ‘황진이’, ‘허난설헌’, ‘김개시’, ‘김만덕’을 조명하고 있다. 대부분
들어보기도 했고, 책으로도 접했던 여인들인데, 낯선 이름이
있었다. 바로 김개시이다. 그녀는 선조와 광해군을 모신 여인이라고
한다. 장희빈처럼 아름다운 미모를 갖춘 것도 아니고, 딱히
배경이 좋았던 것도 아니었지만, 그녀는 타고난 영민함을 권력욕으로 뒤바꿔 결국 두 군주의 마음을 얻는데
성공했다. 광해군의 뒤에서 권력을 쥐락펴락했던 그녀는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비선실세였던 것이다. 400년이나 앞서 존재했던 김개시, 그녀의 몰락은 지금의 세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광해군은 ‘반정’으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력은 ‘탄핵’의 형태로 그 대가를 치뤄야 했다는 것도 참 흥미롭게 느껴진다. 윈스턴 처칠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라는 말이 다시 한번 떠오르는 순간이기도 하다.
또한 뛰어난 재능이 도리어 큰 시샘을 불러와, 그 재능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한 것 같은 허난설헌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그녀의 시가 소개되면서 큰 인기를 끌어 최초의 한류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강릉 출신인
사임당과 난설헌에 대한 평가는 어느정도 갈리는 편이다. 율곡 이이를 키운 사임당이 우리나라가 원하는
여성상과 더욱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사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또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제주의 김만덕이 있다. 그녀에 대한
평가는 정말 일률적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녀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개처럼 벌어 정승같이 써라"라는 속담이 떠오르기도
하고 말이다. 조선시대를 자신만의 색채로 수놓은 여성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