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서의 겨울
엘리자 수아 뒤사팽 지음, 이상해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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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서의 겨울>은 독특한 책이다. 한국계 프랑스 작가 엘리자 수아 뒤사팽이 자신의 언어로 쓴 첫 소설이다. 그리고 이 책을 옮긴 이상해는 작가의 가족사를 모르고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이라며, 작가의 가족사를 정리해주기도 한다. 혼혈이라는 것, 책 속의 언어를 빌리자면 온갖 쑥덕거림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작가 역시 자신을 두 문화의 조화 같은 존재라기보다는 그 어디에서도 속할 수 없는 낯선 이방인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이 작품은 그 모든 경계 너머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한 한 경계인의 치열한 기록이라고 한다.

이 책의 화자는 속초에 퇴락해가는 펜션에서 일하고 있다. 그 어떤 여행소개지에도 등장하지 않는 이 펜션으로 중년의 프랑스 남자가 찾아온다. 만화가인 그의 이름은 얀 케랑이다. 그녀는 처음부터 그에게 끌렸던 거 같다. 그래서 23년 전에 프랑스인 아버지가 엄마를 유학했다는 이야기를 덧붙인 것이 아닐까? 모델이 되겠다며 서울로 떠나는 남자친구 준오와 메마른 관계를 맺는 것보다, 얀 케랑이 그림을 그리고 또 지워내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더욱 그녀에게는 깊은 인상을 주기도 하니 말이다. 얀 케랑을 부탁으로 속초를 돌아다니는 그녀에게 일상의 풍경 같던 속초는 새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감정은 뭐라고 딱 꼬집어 내기 힘들다. 이성에게 느끼는 감정이었을까? 아니면 성장 내내 부재했던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었을까? 미묘하게 뒤섞여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이 작품에 대한 평에 아주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혀 아니라고 말하기도 힘든 지점이 여기에 있지 않은가 한다. 그녀는 얀 케랑과 함께하며 조금씩 변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변화 역시 아주 눈에 띄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었다. 그나마 감지할 수 있었던 순간은, 속초에서 유일하게 복어를 다룰 줄 안다는 엄마, 오징어 순대를 잘 만드는 엄마, 하지만 엄마의 솜씨와는 딴판인 거 같던 그녀가 얀 케랑을 위해 복어 요리를 준비할 때였다. 하지만 얀 케랑은 약속과 달리 그 음식을 먹지 않고 떠난다. 하지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그녀의 아버지와 달리 그는 그녀에게 화첩을 남긴다. 그 다음은 무엇이었을까? 이해력이 혹은 상상력이 부족한 것인지거기서 책이 끝나는 순간 마음 한 구석이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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