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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노엄 촘스키 지음, 구미화 옮김, 조숙환 감수 / 와이즈베리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언어학을 조금 공부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노암
촘스키에 대해서 꽤나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촘스키는 변형생성학파 혹은 생득주의(nativism)라는 언어관을 확립하게 만들어준 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인간은 언어습득장치(Language Acquisition Device)을 타고 났으며, 그 장치에는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보편문법(universal
grammar)가 있다고 봤다. 학교에서 배운 그대로 그의 이론을 떠들어 댈 수는 있다. 하지만 그의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책을 읽으며 느낀 문제는 그의 사고과정을 따라가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그는 인간에 대한 네 가지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내면과
외면 그리고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와 이를 확장하여 지구에까지 이른다. 그리고 그런 질문과 거기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고 광범위하다.
촘스키는 인간이 갖고 있는 특이점은 언어에 있다고 본다. 아무래도
유전적인 재능으로 언어를 습득하게 되기 때문에, 우리는 언어의 소중함을 잘 느끼지 못한다. 마치 공기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언어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임은 틀림없다. 그래서 다윈은 인간이 가진 유한한 두뇌로 “대단히 복합적인 소리를 생각과 결부시키는” 무한한 능력이 있다고 했다. 또한 스위스 언어학자 소쉬르는 언어가 갖고 있는 자의적인 결합의 특성에 주목하기도 했다. 지시하는 것과 언어 그리고 사고를 일치시키는 능력이 인간에게 존재하고, 덕분에
이렇게 책을 통해 이 시대 최고 지성이라고 할 수 있는 촘스키의 사고과정을 조금씩이나마 따라갈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나는 헉헉대면서 겨우 한 발을 떼려고 하면, 이미 그는 다른
시공간으로 걸어가고 있지만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재미있게 생각했던 것은 바로 공공선公共善에 대한 것이다. 그는
“’집단의 이상’을 맹목적으로 우선시하는 국가가 인간의 창의성을
억압”한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한다. 나는 이것을 1부인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나아가지 못한 채 읽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가
탐구의 출발점이 개인주의에 있다고 말했듯이, 나 역시 언어라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지 않은가? 그렇듯이
인간의 언어가 모여 사회의 언어가 되어야 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은 사회의 언어가
인간의 언어를 강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부분은 나 나름대로는 촘스키의 생각의
진행과정을 함께하면서,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을 더하며 진행했던 것 같다. 사실 어렵고 난해한 책이라, 책을 읽는 데도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뒤돌아 생각해보면 그 시간 동안 내 생각도 조금은 자라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