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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 - 법정이 우리의 가슴에 새긴 글씨
법정 지음, 현장 엮음 / 책읽는섬 / 2017년 1월
평점 :
내 서재에는 법정스님의 책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로, 평소
법정스님의 말씀을 즐겨 읽고, 그의 가르침을 배우곤 한다. 7년전
법정스님이 세상을 떠나셨을 때, 제일 아쉬웠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더 이상 법정스님의 새로운 책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스님의 책들을 다시 읽으며
마음을 다잡곤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드문드문 법정스님의 행적과 말씀을 담은 책들이 나와 다행스럽다. 그 중 <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는 법정스님의 알려지지 않은 발자취와 함께, 직접 쓰신 손글씨와
편지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전에 이해인 수녀님이 법정스님과 주고받은 손편지를 몇 장 공개한 적이 있어서,
마냥 부러운 마음으로 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법정스님은 당신이 글씨를 쓰는 것을 두고 ‘붓장난’이라고 부르셨다고 한다. 차에 대한 이야기를 쓰시며 다기와 함께 마치
다기에서 나오는 차향과 같은 느낌으로 글을 둥글게 굴려서 쓰신 것을 보며 실제로 그런 마음이셨구나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간결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글과 그림에 그대로 녹여낸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과일을 먹을 때는 그 꽃향기마저 먹을지로다”, 바로 전에 사찰음식의 명장인 선재스님의
책을 읽어서인지 이 말씀이 참 기억에 남는다. 선재스님도 음식을 먹을 때, 그것을 만든 사람의 마음과 땅의 기운을 떠올려보라 하셨는데, 자연과
나를 연결해주는 음식의 힘을 생각해볼 수 있는 구절이기도 했다.
그리고 법정스님은 타종교와의 교류하고 화합하는 것에도 앞장서셨다고 한다.
1997년 12월 14일법정스님은 명동 성당의
제대에 잿빛 승복을 입고 서서 강론을 하셨다. 나 역시 여기에 대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지만, 그 내용은 잘 알지 못했었다. 다행히 이해인 수녀님이 녹음 CD를 갖고 계셔서, 그 전문을 읽을 수 있었다. 행복을 찾는 방법에 대해, 특히 크고 많은 것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현대인에 대한 경계의 말씀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딱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 글을 소리내어 읽으며 그 말씀을 마음에 새기기 위해 더욱 노력했다.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는 소음과 다름없다”라며, 상대방의 종교의
언어와 정신으로 대화를 나누고 글을 쓰셨다고 한다. 공감을 하는 법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이렇게 바르고 쉬운 길이 있었음을 처음 알았다. 내 마음을 다스리고
지혜를 구할 수 있는 또 한 권의 책이 생겨 참으로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