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과 함께한 파리 디자인 산책 - 쉽고 재미있는 강의실 밖 디자인 이야기 썬 시리즈 2
권선영 지음 / 컬처그라퍼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권선영은 프랑스 실내 건축의 그랑제콜인 에콜 카몽드에서 공부하면서, 파리를 만나고 있다. 그녀와 함께 파리를 거닐며 파리를 더욱 파리답게 만들어주는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듯 했던 <썬과 함께한 파리 디자인 산책> 클래식한 프렌치시크룩을 선보이는 클로디 피에로를 소개해줘서, 아무래도 나와 취향이 비슷하다고 느껴져서 더욱 즐겁기도 했다. 그래서 그녀가 학교 근처에 있다며 소개해준 아기자기한 소품 숍 스토리도 궁금해진다.

그녀는 "유머가 없는 디자인은 인간적이지 안다" 라고 말하는 산업 디자이너 필립 스탁을 좋아한다고 한다. 전에 필립 스탁이 디자인한 주시 살리프Juicy Salif가 없었다면 심지어 20세기 후반의 디자인은 황량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녀도 우리의 삶을 조금 더 풍요롭고 유머러스하게 만들어준 주시 살리프를 소개한다. 그는 이탈리아 피자집에서 오징어를 먹다 아이디어를 얻고 식탁보에 드로잉을 하여 주시 살리프를 완성한다. 레몬즙을 짜는 기구인데, 일단 제품을 보면 전혀 그런 용도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특이한 형태와 재미가 사람들에게 큰 화제가 되었지만, 심지어 자신의 역할도 훌륭히 수행하고, 주방에 이 제품을 두면 이야깃거리마저 된다니, 말 그대로 만능 엔터테이너가 아닌가? ^^

시부모님이 프랑스에 머물고 계셔서 파리를 가끔씩 방문하게 된다.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들의 매력이랄까? 빠르게 변화하지 않지만, 느린 속도로 새로워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일까?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고 있음을 느낀다. 필립 스탁이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은 디자이너 카페를 방문하려던 그녀는 흥미로운 건물과 만나게 된다. 오래된 건물을 잘 보존하면서 문과 창문은 감각적으로 재해석해낸 말 그대로 파리다운 디자인이다. 또한 요즘 설치되고 있는 새로운 쓰레기통 '바가텔Bagatelle'도 있다. 회색빛 해파리 모양을 가진 쓰레기통인데, 예전 파리의 공공 디자인이 초록색이었다면, 현대적인 공공디자인은 회색이라, 그들이 섞여있는 파리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상전벽해라고 하던가? 한국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살다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를 만나면 그 매력에 새삼 빠져들게 된다.

 

그녀가 "다음 생에 태어나면 공간디자인을 공부하고 싶어요"라는 바람을 밝히자, 그녀의 언니는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지 못 할지도 모르는데 그냥 이번 생에 해"라고 답한다. 문득 다시 파리에 오면 무엇을 해야지, 라고 생각만 하다 잊혀지는 수많은 일들이 떠오른다. 이번 일정상 조금 거리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던 소품 숍 스토리’,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나와 참 비슷한 취향에 아기자기한 일러스트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행복하게 해준 썬과 함께한 기억을 살려 방문해봐야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qualia 2016-12-24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uicy Salif는 제가 생각하기에 디자인을 위해 실용성을 (약간) 희생한 작품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디자인 책 따위에 약방에 감초 격으로 소개되는 작품인데요. 저 작품/제품/상품이 실제 레몬즙 짜는 기구로 얼마나 팔렸을까를 생각하면, 약간 의구심이 듭니다.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 견본 작품 같다는 느낌은 저만의 느낌 혹은 편견일까요? 디자인에 ‘겉멋’스러운 느낌이 넘 강하다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드네요~

또 한 가지 드는 생각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우주전쟁 War of the Worlds》에서 등장시킨 외계 우주선 “트라이파드/Tripod”가 저 Juicy Salif와 너무나 닮았다는 거예요. 혹시 외계 우주선 트라이파드를 디자인한 분이 주시 살리프에서 영감을 얻었을지도 모르죠. 문어 혹은 오징어를 닮은 트라이파드와 주시 살리프, 전혀 다른 문맥/context의 두 대상이 사실은 거의 동일한 연원을 가지고 있다는 게 정말 기묘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