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보수를 찾습니다 - 우리가 잃어버린 보수의 가치
로저 스크러튼 지음, 박수철 옮김 / 더퀘스트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요즘 우리나라 정치계의 보수진영은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에는 가짜 보수와 결별을 외치며 대규모 탈당이 예고되었고, 그렇게 보수정당의 분당이 이루어지고 있다. 진품명품을 가리는 TV쇼도 아니고, 이제는 보수에도 가짜와 진짜 싸움이 이루어진다는 것이 당황스럽기도 하다. 그래서 영국 보수 지식인, 로저 스크러튼이 우리가 잃어버린 보수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 합리적 보수를 찾습니다 >를 더욱 유심히 읽게 되었다. 사실 영국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 영국에서도 보수주의자들은 무시와 조롱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거기다 영국과 미국의 학자들의 약 70퍼센트는 좌파를 자처하고 있으니,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는 지식인인 그에게는 이 책의 원제가 더욱 의미있게 느껴질 것이다. ‘How to be a Conservative', 그는 자신이 어떻게 보수주의자가 되었는지를 이 책을 통해서 설명하고 있다. 영국의 보수주의가 어떻게 발전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보수주의자로서 자신의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합리적 보수주의자는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물질적, 정신적 유산을 잘 지켜 후대에 물려주려는 신념을 갖는다. 또한 약자를 보호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연대의식을 잊지 않는다. 무엇보다 스스로 세운 원칙을 절대 어기지 않는다

그리고 영국에서 그 누구보다 보수주의에 대해 가장 훌륭하게 정의내리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허명이 아님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마 우리나라의 보수주의자들이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면 국민의 외면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정치에 국한되지 않고, 삶의 거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며 보수주의의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이 흥미롭게 느껴지는 것이 스스로도 신기했다. 급격한 변화보다는 보완을 선택하는 보수주의의 근본철학을 삶에 접목시켜 생각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게 맞는 것이다. 국어사전만 봐도 정치란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는 보수와 진보가 정치권의 대립을 상징하는 진영논리처럼 다가오면서 정치의 진정한 의미가 매몰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나 역시 거기에 익숙해져서, 로저 스크러튼이 펼치는 정치철학이 처음에는 낯설게까지 느껴질 정도였으니, 보수와 진보를 넘어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서, 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용서는 특정 조건에서만 가능하다. 용서의 문화는 그런 조건을 개인의 영혼 속에 심어주는 문화다. 당신은 당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 잘못을 인정할 때만 그들을 용서할 수 있다. 잘못의 인정은, 맞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완수되지 않는다. 인정에는 참회와 속죄가 필요하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자신을 낮추는 행위를 통해 피해자 앞에 나서고, 용서가 가능한 도덕적 평등 관계를 재확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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