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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사회 - 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1월
평점 :
석사, 박사과정을 거쳐 행정조교로
4년, 시간강사로 4년동안 대학에서 일해온 김민섭은
신자유주의 논리에 발맞추어 나가며 빠르게 기업화된 대학에서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속에서 노동자로도
인정받지 못한 채 유령처럼 살아가고 있었다고 말한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대학교 명의의 급여를 받고 있지만, 그는 ‘재직증명서’ 한장 뗄 수 없었다. 그리고
아이의 출생신고를 미를 수 없었기에 건강보험을 비롯한 4대보험을 보장하는 맥도날드에서 일을 하면서 노동자로서
받을 수 있는 대우를 경험하게 된다. 맥도날드에서는 제공했던 퇴직금 하나 없이 대학을 떠나는 그 날까지도
말이다. 그렇게 그는 대학에서 보낸 시간을 대리의 시간이라고 정의하며,
대학을 떠나 세상으로 시선을 돌린다. 글만 써서는 아내에게 약속했던 생활비를 주지 못할까
하는 마음에 대리기사로 일을 시작하면서, 그는 타인의 운전석이라는 좁은 공간에 앉는다.
대리기사, 카카오 드라이버로 일하는 그의 이야기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나 역시 내가 편하기 위해 고용한 타인과 한 공간을 공유하고 있을 때가 많다. 그래서 자꾸만 나의 입장과 그 분의 입장을 번갈아 가며 살펴보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오래 뵈었고, 편하니까, 라는 이유로 했던 행동들까지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같은 공간에 있는 어느 한 존재를 의식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무한히 아름답고
감사한 일”이라고 했던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왔던 일들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물론 나 역시 대리인간으로 살아갈 때도 많다. 그가 대리기사로 일하며
을의 공간을 의식하며 떠올린 것이 바로 강의실의 학생이다. 듣고 말하는 것만 가능하고, 그 중간에 필요한 과정을 상실하게 되는 입장이 같다. 사실 나부터가
그런 것에 너무 익숙했기에, 외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 정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이 책의 저자는 대리 인간이 갖고 있는 환상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때로는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익숙하고 편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는 대학을 그만두고 새롭게 삶의 문법을 익히며 살아가고 있다. 물건의
계산법을 새로 만들어놓은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도 늘어나고 말이다. 아무리 손으로 흔들고 깨워도 꿈쩍도
안하던 손님이 알람소리나 전화벨에 깰 때가 많다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렇게 프로그래밍된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세상에서 그의 선택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