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지독한 오후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정말 지독한 오후, Truly Madly Guilty>, 제목도 표지의 이미지도 참 딱 잘 어울린다. 범죄수사물을 보면, 빗물은 사건의 진실로 다가갈 수 있는 증거를 훼손시킨다. 그리고 정말 지독한 오후에 벌어진 바비큐 파티의 진실 역시 쉼 없이 흘러가는 시간과 사람들의 기억에 의해 끊임없이 변질되고 있다.

기억이라는 것은 일단 자신의 편집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같은 날에 함께 있던 사람의 기억이 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거기다 그 날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고, 그 곳에 있던 사람들이 일정부분의 책임을 나누고 있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기도 하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키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소설은 그냥 평범한 하루일 수 있었던 그 날이 사람들을 어떻게 변화시켜나갔는지를 정말 잘 포착해내고 있다.

리안 모리아티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면서 사람들의 바람에 의해 재단된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낸다. 그리고 책을 읽는 사람도 그 입장에 서게 된다. 과연 무엇이 사건의 진실인지, 아니 그 날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작가와 함께 퍼즐을 맞추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평이해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복잡하기만 한 사연을 간직한 세 쌍의 부부와 아이들 그리고 괴팍한 옆집 노인이 등장하는 바비큐 파티에 초대받은 사람이 된 기분이랄까?

그리고 문득 이 초대를 거절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한국에 번역이 된 작가의 소설을 다 읽어본 것이 문제인 거 같다. 딱 그녀스러운 소설이라는 느낌지루할 정도로 긴 시간 동안 시간을 교차하는 기억의 퍼즐조각을 흩어놓을 것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게 된 거 같다. 물론 그 과정이 몰입감이 뛰어날 것이라는 것을, 정말 섬세한 감정묘사와 사람들간의 관계, 그리고 평범한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가리워진 진실에 집중하는 능력이 뛰어난 작가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말이다. 그래서 작품의 틀을 짜나가는 과정이 전작과 닮아있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자신만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을 테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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