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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의 미래
알랭 드 보통 외 지음, 전병근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캐나다 금광 재벌 피터 멍크가 세운 오리아 재단은 2008년부터 지정학적,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인
현안을 두고 세계 정상급 지식인을 불러 글로벌 토론회인 ‘멍크 디베이트’를 열어 왔다. 그 중 2015년 11월에는 조금은 철학적인 ‘인류의 앞날에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가?’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그 과정과 토론에 참여한
인지과학자 스티븐 핑커, 저명한 저널리스트 매트 리들리 그리고 대중 철학자 알랭 드 보통, 논픽션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의 개별적인 인터뷰를 담아낸 책이 바로 <사피엔스의
미래>이다.
토론 전 투표로는 찬성에 71%, 반대가 29%였다고 하고, 토론이 끝난 후에는 찬성이 73%, 반대가 27%로 바뀌면서,
스티븐 핑커와 매트 리들리 팀이 승리를 가져갔다고 한다. 인류의 미래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지만, 나 역시 이 책을 읽고 나서 ‘우리 뒤에는 늘 좋아지는 것만 있고, 앞에는 나빠질 것만 있다’고 생각해온 사람들 중에 하나였음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마치 고대
그리스나 로마 문헌에도 찾아볼 수 있다는 ‘요즘 애들 버릇없어’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아무래도 이렇게 생각이 변화하게 된 것은 세계의 운명을 사실과 수치로 이야기 해보자며
스티븐 핑커가 제시한 ‘우리 삶에서 긍정적인 사실 10가지’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통계와 숫자라는 것이 충분히 함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의 판단을 흔드는 요소인 것 같다.
아무래도 알랭 드 보통이 지적한 ‘결함 있는 호두(뇌)’가 문제가 되는 것일까? 마치
자신과 세계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인류의 진보를 낙관하는 힘이 되는 것일까? 통계라는
채가 걸러 내버린 가치를 외면한 채, 기준선을 그어도 되는 것일까? 솔직히
평소의 내 생각은 반대쪽에 가깝기 때문에 이런 부분들이 더욱 크게 다가오기는 했다. 그래서 찬성 쪽
의견에 마음이 흔들린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팀을 이루어 토론을 진행하다보니, 미국 소설 ‘폴리아나’에
나오는 어리석을 정도로 낙천적인 여주인공에 빗대어 ‘폴리아나 부부’라고
부르는 것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의 공주로 트로이의 멸망을 예견한 ‘카산드라 부부’라고 부르며 맞받아치기도 한다. 상당히 치열한 토론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것도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