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 나라의 앨리스
존 켄드릭 뱅스 지음, 윤경미 옮김 / 책읽는귀족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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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와 거울나라를 여행한 앨리스는 지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죠. 그런 앨리스에게 친구들이 찾아옵니다. 바로 이상한 나라에서 만난 모자장수, 삼월토끼, 체셔고양이와 거울나라에서 만난 하얀 기사죠. 그들은 모자 장수가 만든 아주 멋진 도시 엉망진창 나라로 앨리스를 초대하는데요. 그 곳은 모든 것 시의 소유인 곳입니다. 어느 정도냐면, 사람의 치아까지도 시유제라서 치아가 약한 사람은 치아가 튼튼한 사람에게 견과류를 깨 달라던가 시가를 씹어달라고 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수준이죠. 이 법안은 시의원인 삼월토끼의 작품인데요. 저 쪽에는 모자장수가 저쪽에는 삼월토끼가 사는데, 양쪽 다 미쳤으니까, 아니 우리 모두가 다 미쳤으니까, 어디든 가도 좋다던 체셔 고양이의 말이 절로 떠오르더군요. 마치 영국 작가인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후속편이 아닌가 싶은 전개지만, <엉망진창 나라의 앨리스>는 미국의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유머 작가인 존 켄드릭 뱅스의 작품입니다. 미국에서 이 작품은 언더그라운드의 베스트셀러’, ‘21세기를 위한 동물농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하는데, 정말 적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차가 충돌할 때면 양 끝부분이 충돌한다는 것을 알아낸 주도면밀하고 성실한공무원이 열차의 양 끝을 잘라내자는 제안을 하는데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시를 둘러싼 둥근 고리처럼 된 열차를 만들어버리죠. 양끝이 없으니 충돌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기차는 고정되어 있게 되죠. 그러다 보니 차량사고도 인명사고도 없지만, 기차가 가져야 하는 본질은 상실한 것을 잊고 있더군요. 심지어 가스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향수를 섞어 만드니 향기롭지만 불이 붙지 않는 가스가 나오기도 합니다. 대형사고에 대한 정부의 대처가 미흡하다고 하니, 해경을 고심 끝에 해체해버린 일이 떠오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요? 적어도 잠을 자는 동안에는 나쁜 짓을 할 수 없다며 잠을 가장 많이 자는 도마우스가 경찰청장에 임명되기도 하죠. 아이들을 시가 소유하는데, 그 곳의 책임자는 아기를 처음 본 앨리스에게 맡기고 여왕의 크로켓 경기에 참가하러 간 공작부인입니다. 어차피 지키지 못할 약속이니 이왕이면 좋은 것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공무원이나 정치인들도 등장하죠. 문제는 저자의 재기넘치는 언어유희와 풍자를 즐겨야 하는데, 이상하게 이 책을 읽다보면 내가 엉망진창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 들어서 씁쓸해지네요. 그것만 빼고는 환상적이고 흥미로운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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