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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브라이언 스티븐슨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10월
평점 :
TED 강연에서 우리는 불의에 관해 말해야 합니다’라는 주제로 미국의 사법제도가 갖고 있는 정의롭지 못한 현실을 이야기하여,
TED 역사상 가장 긴 기립박수를 받은 브라이언 스티븐슨.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
준 것, Just Mercy>는 그 어떤 편견 없이 공정하게 사법적 절차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신념으로 30년동안 약자들의 인권과 사법정의를 위해 힘써온 그의 자선적 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순간순간 정말 많이 놀랐다. 바로 그가 맡았던
사건이 일어난 년도가 등장할 때였다. 오래된 과거의 일이 아닐까 할 정도로 너무나 어이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러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황스러웠기
때문이다. 이런 것은 과거의 역사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었다.
그 역시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다양한 편견에 부딪친다. 낡은 차를 끌고
재판에 참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그는 고장 났던 카 오디오가 우연히 작동된 것에 너무나 행복해 한다. 잠시
자신이 살던 집 앞에 차를 대고 음악을 들었을 뿐인데, 경찰이 출동하여 차를 불법적으로 수색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심지어 변호를 위해 변호인석에 앉아 있는 그를 보고 판사와 검사는 그를 피의자일 것이라고
미리 판단하는 일도 있었다.
"물론 순전히 실수였지만 인종적 선입견에서 기인하는 누적된
모욕과 굴욕은 상상할 수 없는 파괴력을 갖는 법이다. 끊임없이 용의자로 지목되고, 기소되고, 감시 당하고, 의심받고, 불신의 대상이 되고, 유죄 추정을 당하고, 심지어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은 유색 인종이 짊어진 짐이며 인종적 부당성으로 점철된 역사에 관한 깊이 있는
대화 없이는 절대로 이해될 수도, 직시될 수도 없는 문제다."
그렇다. 물론 그것은 실수였다. 하지만
그런 편견에 계속 노출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책 제목이 되었던 월터 맥밀리언, 재판을 받기도 전에 사형수 수감 건물로 보내져야 했던 그의 사건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건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브라이언 스티븐슨이 사법기관이 갖고 있는 편견으로 인해 과도한 처벌을 받아야 했던 그들을 위해 했던
변론 과정을 함께하다 보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그가 ‘앵무새 죽이기’에 등장했던 정의로운 변호사 애티커스 핀치에 자주 비견되는
것도 이해가 될 정도이다. 물론 그는 애티커스 핀치가 결국 무고한 흑인 피고를 변호해내지 못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자신이 나아갈 길은 조금 다르다는 것을 주지시킨다.
하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차라리 이 책에서 소개되었던 모든
일들이 영화나 소설 속의 이야기였으면 좋겠다고…… 그 정도로 미국 사법제도의 어두운 그림자가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브라이언의 할머니가 늘 해주셨던 이야기를 잊으면 안 된다. “멀리서는
무엇이 중요한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단다. 가까이 다가가야 해”, 불편한
진실일지 몰라도 가까이 다가가서 보지 않으면 결국 무엇이 정의이고 진실인지 영원히 알지 못한 채로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