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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 페미니즘과 문화전쟁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6년 10월
평점 :
2016년 제 45대 미국
대통령 선거의 결과는 나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던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승복 연설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고통스럽다는 말로 자신의 심정을 대변했지만, 자신의 연설을 듣고 있는 소녀들에게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충분히
모든 기회와 행운을 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절대 의심하지 말라”라는 메시지를 남겼는데, 그 역시 참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강준만 교수의 <힐러리 클린턴>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그는 이 책의 부제를 통해 ‘페미니즘과 문화전쟁’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힐러리에게 페미니즘이란 상당히 제한된 형태이기는 하지만, 그로 인해서
그녀가 오랜 시간 동안 투쟁해올 수 밖에 없던 문화 전쟁의 전선이 5개나 되었다. 그 중에 가장 아이러니 하게 느껴진 것이 바로 ‘매우 강한 권력의지’에 대한 것이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자질이라는 것들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성성과는 반대되는 것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심지어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이 권력이라고 말하는
정치인들도 있는데, 왜 여성에게는 권력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문제삼는 것일까?
사실 힐러리는 엘리트중에 엘리트라고 할 수 있다. 아이비리그가 여학생을
받지 않던 시절, 똑똑한 여학생들이 모여들던 웰즐리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그때 웰즐리 대학의 좌우명은 “섬김을 받으려 하지 말고 섬기도록
하라”였는데, 그 당시 학생들은 그 말을 “장고나이 되려 하지 말고 장관의 아내가 되어라”로 해석하곤 했다고
한다. 하지만 힐러리는 그런 해석에 동의하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예일
로스쿨에 입학하여 미국의 영향력 있는 100대 변호사로 2번이나
선정되었을 정도로 훌륭한 역할을 해내기도 했다. 그리고 빌 클린턴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데도 큰 역할을
한 그녀는 퍼스트 레이디로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그 후 8년간
뉴욕 주 연방 상원의원으로 활동하기도 하고, 오바마 정부 때는 4년간
국무장관으로 국정 경험을 쌓기도 한다. 이 책은 그녀가 태어난 1947년
시카고에서부터 현재까지의 힐러리의 여정을 꼼꼼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이 더욱 잘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그 속에서 여성 정치인으로서 끊임없이 투쟁을 해야 했다. 어쩌면
지극히 소모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는 문제이기도 하고, 미국인들에게 힐러리가 구태의연한 정치인으로
혹은 그녀의 선거운동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2008년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패배했을 때 나왔던 책을 본 기억이 난다. 그녀는 그 순간에도 자신의 실패를 통해
어떤 것을 배우고 수용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나이 문제가 있어서 그녀가 꿈꾸는 대통령의
자리는 힘들지 몰라도, 그녀가 걸어온 길만큼 앞으로 걸어갈 길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