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명화와 클래식을 연결시키는 책이나 공연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때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피카소의 그림을, 드보르작의 ‘슬라브
무곡’을 틀어놓고 감상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펼쳐져 있는 전시실 ‘모네의 방’에서 ‘맑고
투명한 초록 내음’을 맡은 사람이 있다. 바로 <향기의 미술관>의 작가 노인호이다. 향수 매거진 사업을 접고 뉴욕으로 떠났던 이력을 갖고 있어서였을까?
그렇게 그림에서 ‘향기’를 느끼는 노인호가
소개해주는 그림 이야기는 정말 독특했다. 특히 ‘명화향수
체험 키트’가 포함되어 있어서, 잘 알려진 작품을 더욱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그가 느낀 ‘맑고 투명한 초록 내음’이 너무 궁금해서, 일단 클로드 모네의 ‘수련’으로 감상을 시작했다.
모네가 수련을 그렸던 지베르니의 정원으로 초대된 느낌이라고 할까? 처음에는 막연히 이세이
미야키의 향수와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했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물향과 다른 초록의 내음이 내 몸을
감도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모네의 ‘수련’에 갖고 있던 선입견들을 잠시 내려놓게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림과 향수, 그 감상의 시간’에 소개된
작품과 향기는 총 5개, 하루에 하나의 작품과 향을
만나려다 보니 이 책과 더욱 친해진 기분이 든다. , ‘행복을 그리는 화가’라는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향은 향수로 나왔으면 싶을 정도였다.
행복의 향기와 함께 살아가고 싶다. 다행히 어떤 향이 들어갔는지 설명이 되어
있으니, 비슷한 조합이라도 찾아봐야 하나… ^^
내 마음에 깊이 남은 향은 앙리 루소의 ‘꿈’이다. 파리 세관의 세금 징수원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앙리
루소, 그는 ‘숲의 화가’라고 불린다. 하지만 실제로는 숲에 가본 적이 없고, 파리 자연사 박물관 내의 식물원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 활동을 했다고 한다.
그가 숲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렸듯이, 향기로 숲을 상상해보라는 제안을 내 나름대로
변형시켜 보아서 더욱 그랬다. 미술 작품이라는 것은 그런 매력이 있다.
윌리엄 터너가 '눈보라-항구에서 멀어진
증기선'이라는 작품을 그렸을 때, 그는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바다 한 가운데에서 배의 기둥에 묶여 있었다고 한다. 그 풍경이 아닌 ‘어떠한 느낌’을 전해주고 싶었다는 그의 작품처럼 말이다. 앙리 루소의 ‘꿈’
역시 앙리 루소가 갖고 있는 숲의 느낌을 전해주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냥 숲이
아닌 앙리 루소의 숲을 상상하고 있어서 향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