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자 김정호
우일문 지음 / 인문서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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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받았던 역사수업은 입시위주라고 할까? 그래서 필요한 것만 암기를 하다 보니, 나중에 역사 속의 인물에 대해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더욱 흥미로운 것들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심지어 딱 결과만 암기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러한 결과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한편의 서사시 같은 느낌을 줄 때도 있다. 그런데 조선시대에 나온 가장 정확한 과학적 실측지도로 평가 받는 대동여지도를 비롯한 여러 가지 지도와 지리지를 편찬한 지리학자인 김정호는 정말 그것이 다였고 그에 대한 기록을 모두 합쳐도 A4용지 한 장 정도라고 한다. 딱 역사교과서에 수록된 그 이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심지어 생몰년 역시 추정으로 기록되는 수준이다.

놀라운 성과를 남겼지만, 행적은 미지수인 김정호의 삶은 소설로 나올 수 밖에 없다. 최근에 박범신의 <고산자>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개봉을 하면서, 원작을 읽어보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우일문의 <고산자 김정호>를 읽었다. 두 소설에서 드러나는 김정호의 면모는 다른 듯 닮아 있었다. 아무래도 그가 남긴 대동여지도에서 느껴지는 피 나는 노력과 올곧은 집념이 그의 인생에 큰 줄기를 이루었으리라고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작가 우일문은 일제 강점기 국어교과서로 사용된 조선어독본에 기록된 것에 의문을 갖게 되었다. 정말 흥선대원군이 대동여지도가 적국에 유출될 것을 두려워해 김정호와 그의 딸을 옥사시켰다면, 거기에 대한 기록이 있을 것이다. 사실 나 역시 여기에 대한 것은 예전에 얼핏 들은 적이 있었기에, 그런 기록이 오로지 조선어독본에만 있었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그래서 우일문은 김종호가 살아간 1800년대의 사회상을 반영하여 그의 일생을 그려냈다.

제 나라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그 백성들은 죽은 백성들이요, 제 나라의 생김새를 알지 못한다면 눈 뜬 장님 아니겠는가.

지도에 관심을 갖는 김정호에게 월천선생은 이런 말을 하면서, 그의 뜻을 키워 ‘여지학輿地學(지리학)’을 배워볼 것을 권한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대동여지도는 그저 전국을 발로 걸어다니며, 그려낸 수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대동여지도의 제작과정이 역사로 기록되지는 못했지만, 책을 읽다보니 그가 그린 지도에는 그 시대의 역사가 그대로 살아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 책에 담겨 있는 이야기는 고산자 김정호의 삶이 아니라도 충분히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는 역사소설같은 느낌을 주어서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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