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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포기한 여자들이 사는 집
카린 랑베르 지음, 류재화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벨기에 신인소설상을 수상한 카린 랑베르의 <남자를 포기한 여자들이
사는 집>은 출간직후 프랑스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작품이다.
여왕이라 불리는 뤼세트 미쇼,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알리던 카를라, 그리고 시몬과 로잘리는 그 어떤 공통점도 없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할
수 있는 이유는 책 제목 그대로 ‘남자를 포기한 여자들’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어떤 음식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단식’도 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적이 있었다. 그처럼 이들도 ‘남자 없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그들이
사는 ‘카사 셀레스티나’에 들어올 수 있는 남자는 없다. 오직 수컷인 고양이 ‘장 피에르’뿐이다. 그런데 인도로 여행을 떠난 카를라가 이름부터 의미심장한 ‘줄리엣’을 소개하면서 그녀들이 왜 그런 삶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단편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리게 하는 줄리엣은 여왕의 룰에 소심한 반기를 들기 시작한다. 사랑을 위해 죽음도 선택할 수 있는
줄리엣처럼 용감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서로를 이질적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불편한 동거는
서로에 대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또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준다. 마치 단편소설을
느슨하게 엮어놓은 것처럼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어쩌면 그게 이 소설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심지어 극적인
장치나 삶을 뒤흔드는 사건 같은 것도 벌어지지 않는다. 카사 셀레스티나에서 살아가는 다른 여성들의 사연
역시 그러하다. 많은 여자들이 겪을 법한, 그런 상처에 한번쯤은
‘다시는 사랑 같은 것 안 해’라고 외칠법한 그런 이야기라고
할까? 사랑에 인생에 쉼 없이 상처받고 좌절하고도 다시 사랑을 찾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들은 그저
다른 것을 선택했을 뿐이다.
사실 나는 제목과 책 소개를 읽고, 조금은 다른 것을 상상했었다. 아니다 나와 같은 빈약한 상상력을 작가 역시 알고 있었기에 ‘아마네조스처럼’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지극히 일상적이고
지극히 평범한, 그래서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