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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죽이기 - 엘러리 퀸 앤솔러지
조지프 러디어드 키플링 외 지음, 엘러리 퀸 엮음, 정연주 옮김, 김용언 해제 / 책읽는섬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 혹은 그 둘 다를 수상한 작가 12인의 단편을 만날 수 있는 <헤밍웨이 죽이기, Masterpieces of Mystery> 그리고 이 책을 엮은 사람이 20세기 미스터리를 대표하는 거장인 엘러리 퀸이다. 그는 이 책을 ‘깜짝 선물’에 비유했는데, 정말
적절한 것이었다. 이 책의 수록된 이야기에는 기본적으로 범죄가 등장한다. 사기부터 살인까지 다양한 형태의 범죄가 등장하는데, 그것을 풀어가는
방식이 작가들의 색채를 잘 드러내거나, 이외의 면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작가는 윌리엄 포크너이다. 노벨문학상(1949)과 퓰리처상 2회를 수상한 그는 미국의 ’잃어버린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힌다. 물론 이런 설명도 빠지지 않고 수록해놓은 것이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을 어려워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의 단편 제목이 ‘설탕 한 스푼’이라, 더욱
낯설게 느껴졌다. ‘An Error in Chemistry’라는 원제나,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 ‘프리첼’.
‘플린트’같은 것의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지레 겁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정말 깔끔하게 떨어지는 범죄소설이 아닌가? 첫 번째
읽었던 최연소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러디어드 키플링의 ‘인도 마을의 황혼’에서 사건이 해결되는 방식과도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기보다는, 충돌하고 그 사이에서 뜻밖의 실마리가 잡히는 것이 그러했다.
정말 재미있게 읽은 것은 10페이지도 되지 않는 ‘기밀 고객’이다. 마치
인생의 중요한 혹은 급박한 한 순간을 포착해내듯이 쓴 작품인데, 마치 요즘 많이 사용하는 ‘움짤’을 보는 기분마저 들었다. 이
단편을 쓴 제임스 굴드 커즌스는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사랑에 사로잡혀서>라는 대표작은 당시 34주 동안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고 한다. 솔직히 <기밀 고객>이 너무 재미있어서, 그의 대표작까지 읽고 싶어졌다. 또한 버트런드 레셀의 ‘미스 X의
시련’나 수전 글래스펠의 ‘여성 배심원단’은 나름의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이 되었던 맥킨레이
캔터의 ‘헤밍웨이 죽이기’는 제목이 갖고 있는 암시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마치 ‘미드’를 보는 듯한 긴박감이 좋았다. 그런 소설들이 꽤 있었는데, 단편만이 갖고 있는 매력으로 느껴지기도 했고, 때로는 더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때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