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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사
앙드레 모루아 지음, 신용석 옮김 / 김영사 / 2016년 6월
평점 :
'프랑스 지성 앙드레 모루아가 자국의 역사를 대문호적 통찰과 섬세한
문학적 필치로 풀어낸 역사서술의 완결판'
<프랑스사>의
이보다 더 정확한 설명은 없을 것이다. 이 책으로 인해 앙드레 모루아의 <영국사>, <미국사>에
이어 세계의 대표적인 3대 자유민주주의국가의 역사서를 완성될 수 있었다. 처음에 그는 자신의 역사를 객관성을 서술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로 망설였었다고 했는데, 그가 마음을 바꾼 것이 정말 다행스럽게 여겨지고, 아직 읽어보지
못한 <영국사>와 <미국사>를 빨리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이 느낌을 딱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데, 역사서가 이렇게 부드럽고
풍성하고 다채로울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닌가?
세계사수업이나 역사서 혹은 여러 문학작품을 통해서, 프랑스 역사를
조금씩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나에게 프랑스의 역사하면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이라는 노래를 떠올리게 한다. 국가안보의
이유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을 때면, 선조의 무구한 희생으로 쟁취해내 누리게 된
가치들을 쉽게 내어줄 수 없다고 말하는 모습과도 참 닮아 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프랑스사를 읽으며
조금 더 굳건해졌던 것 같다. 앙드레 모루아는 프랑스 인종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존재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프랑스라는 나라, 그리고 프랑스 국민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앙리 4세부터 루이 16세로 이어지는 절대왕권의 강화와 몰락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신의
개인적인 매력으로 국왕의 권위를 확립했던 앙리 4세, 하지만
그런 것은 물려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정부 정책으로 국가의 안정을 영속화하고자 했던
재상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리슐리외이다. 나에게
리슐리외는 소설 ‘삼총사’에 등장하는 인물 정도였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내가 리슐리외에 주목하게 된 것은 이외이기도 하다. 작가가
리슐리외에 대해 평가한 부분을 읽다보면, 심지어 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은 마음이 부쩍 커진다. 책을 읽다 보면, 역사적 사실과 인용된 어록이 절묘하게 이루어져
한편의 서사시를 읽는 느낌이 드는데, 거기에 작가의 깊이 있는 평가가 더해져서 역사서로서의 역할을 놓치지
않는다.
"민중이 너무 부유해지면 그들이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기 때문에
의무와 규칙 안에 잡아둘 수 없다. 그들이 무거운 짐에 익숙해진 노새처럼 노역하지 않고 오랫동안 쉬면
몸이 망가진다고 생각하게 해야 한다. "
이는 리슐리외가 한 말인데, 이런 생각이 그렇게 낯설게 만은 느껴지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리슐리외는 정부의 목적을 민중의 행복이 아닌 국가의 안정으로 생각했고, 그가 살아가던 세상에서는 충분히 필요한 신념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큰 차이가 있다. 현대사회는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헌법으로 보장해주는 그런 시대이다. 하지만, 민중에 대한 정치가들의 생각은 여전히 아주 오래된 과거에
멈추어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와 함께 살아갈 사람들을 조금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
프랑스 사를 읽고 싶다고 처음에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단순히 프랑스인이나 프랑스 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고민해야
할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