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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괜찮은 죽음 -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할 것인가
헨리 마시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점점 좋은 일보다는 슬픈 일로 친척들을 만나게 되는 나이가 되면서, 죽음이라는 것이 가깝게
느껴지곤 한다. 그래서 ‘영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신경외과
의사’ 헨리 마시의 <참 괜찮은 죽음>이라는 책에 자연스레 관심이 갔다. 번역되기도 전에 뇌 과학자
김대식 교수의 추천이 있었고, 2014년 이 책이 출판됐을 당시의 영국의 열광적인 반응이 신문에 보도되었을
정도였다니 더욱 기대가 되었고 거기에 충분히 아니 넘치게 부응하는 책이었다.
다만, 제목이 아주 조금 아쉽다고 할까? 표지에도
병기되어 있는 원제처럼 ‘Do No Harm’을 보며,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알려져 있는 ‘First do no harm’이 떠올랐다. 그래서일까, 헨리 마시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겪은 이야기들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들려준다라는 인상이 강했다. 물론 자신의 삶의 마무리를 스스로 정한 헨리의 어머니가 아버지와 함께한 침실에서 숨을 거두며 “멋진 삶이었어, 우리는 할 일을 다 했어”라고 말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의 죽음 아주 조금이라도 비슷한
감정이 흐르기를 바라게 되지만 말이다.
물론 나 같은 경우는 남편이 헨리 마시와 같은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더욱 접근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며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보다, 신경외과 의사로 살아온 그의 이야기에 더욱 시선이 갔기 때문이다. 가끔
남편은 의사는 운동선수와 비슷한 점이 많다라고 말하곤 한다. 그래서 헨리 마시가 의사들이 의학에 대해
‘예술과 과학’이라는 면을 강조하고 싶어하지만 도리어 자신은
그게 허세 같다며 차라리 ‘실용적인 재주’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을 보며 남편이 한 말의 행간이 더욱 이해가 되는 느낌이었다. 아주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뇌수술, 그래서 지옥을 아주 가까이서 봤다고 설명하는 그이기에 도리어 끝없는 연습을 통해
고난이도 기술을 습득하고 단련해야 함을 하루에도 수술을 몇 번씩 집도하는 의사들은 너무나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닐까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이혼을 경험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야기하는 것에도 은근 공감이 가기도 했다. 나
역시 급하게 사라지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며 버려졌다며 분개했던 적도 있고, 때로는 저렇게까지 헌신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빈정이 상할 때도 많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남편은 자신의 이야기를 나에게 이렇게 하나하나
들려주지는 않기 때문에, 이 책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헨리 마시에게 성공이란 환자들이 자신들의 일상으로 돌아가 자신을 완전히 잊는 것이라 한다. 그리고
그에게 실패란 프랑스의 외과의사 르리슈의 말처럼 "모든 외과 의사는 마음 한구석에 공동묘지를
지니고 살게 된다"는 것이 될 것이다. 마침 운
좋게도, 몇 일간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까, 아무래도 이번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