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하지 않습니다 - 격하게 솔직한 사노 요코의 근심 소멸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을 보는 순간부터 끌렸던 책이다. ‘頑張ります,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답을 원하는 것 같은 일본이 떠올랐다. 마치 ‘How are you’라는 질문을 받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Fine, Thank you’를 외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예전에 읽었던 頑張り屋さん이라는 표현처럼 모든 일에 너무 최선을 다하는 것은 좋지만, 쉽게 지쳐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는 책이 나오기도 하는 거 같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원서 제목을 보니 역시나 간결하게 がんばりません이었다.

"말이 필요 없는 현묘한 경지, 방자한 안정, 노력 없는 상상(구름이 산봉우리로부터 나오듯이 일어나서 자연히 사라진다), 무저항의 방임, 목적 없이 조용히 누워 있기,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편안해지는 권태"

대단히 부지런했던 나쓰메 소세키가 그린 이상적인 은자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인용했던 부지런하고 성실한 인류여’. 확실히 요즘은 일본 뿐 아니라 어디서나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며 살아가게 되는 거 같다. 그러다 소세키처럼 위궤양에 걸릴수도 있고, 기진맥진해 죽는 것이 인간의 삶일 수도 있다. 그래서 더욱 소세키의 글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종종거리며 살아갈 수 밖에 없더라도, 마음이라도 여유롭기 위한, 혹은 쉼표를 어떻게 잘 찍을 수 있는지 고민하게 해주는, 내가 그리는 이상적인 은자생활은 어떤 것인지 자꾸 생각해보게 해주는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린시절 소공녀를 읽은 딸이 상대가 갑작스레 가난해지면 더욱 친절하게 대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사람은 한결같아야 한다고 대답해주는 그녀의 아버지는 우리 아빠처럼 독특한 분이었다. 연극조의 삶속에 여전히 남편처럼 인테리가 될 수는 없었지만 먼저 떠난 남편을 대신해 아이들을 키워낸 엄마에 대한 글은 왠지 우리 엄마와도 닮은 점이 많아 보인다. 또한 여전히 영어를 배우러 다니며 디스 이즈 어 펜에서 맴돌기만 하는 작가의 이야기에, 역사중에서도 고조선에 가장 빠삭한 나를 떠올리기도 한다. ‘다카하시 다카코는 돈이 드는구나라며 푸념하는 걸 보며, ‘섹스앤더시티의 삶은 전형적인 상류층의 것이었구나를 뉴욕에 가서야 깨달은 나와 친구들이 생각난다.

책을 읽으며 즐거웠고 역시 그녀답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사망전에 쓴 <사는 게 뭐라고>, <죽는 게 뭐라고>라는 두 권의 에세이를 읽은 경험이 더해져서 더욱 그럴 것이다.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는 중년에 쓴 에세이라고 하니, 뭔가 그녀만의 특유의 흐름이 느껴지는 것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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