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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평점 :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33개국에서
200만부 이상 팔렸고, 곧 영화로도 개봉하게 되는
<오베라는 남자>로 처음 만나게 된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책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59세의 너무 젊지도 그렇다고 너무 늙지도 않은 오베와 곧 여덟 살이 되는 일곱 살 소녀 엘사를
보고 있으면 정말 표지를 잘 뽑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다보면 이 캐릭터가 살아 숨쉬는 것처럼
머리속에 그려지기 때문이다. 오베가 딱 그러했듯이, 엘사
역시 딱 그렇게 사랑스러우면서도 독특한 소녀였다. 이 작품까지 읽고 나니, 프레드릭 배크만의 작품 세계를 조금은 알 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조금은 남다르게 보이는 캐릭터를 구축하면서도 그들이 사람들과 어우러져 행복해지는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그래서 그저 조금 나와 다른 사람들일 뿐, 그들이 틀렸다거나
잘못된 것이 아님을, 그리고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더욱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고 할까?

촌철살인 한 마디로 뒷목 잡게 하는 소녀, 엘사.
업무에 치여 일중독에 빠져버린 완벽주의자, 엄마.
누구든 미치게 만드는 초능력을 가진 슈퍼 히어로, 할머니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 역시 정말 명확하지 않은가? 거기다 할머니와 엘사가 제일
윗층에서 살고 있는 아파트 입주민 역시 말 그대로 ‘대체적으로 평범한’
인물들 등장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엘사의 엄마이자 할머니의 딸인 울리카는 일을 하느라
곁에 있어주지 못한 엄마를 원망하면서도 일중독에 빠져 엘사를 자신과 같은 상황으로 몰고간다. 하지만
엘사에게는 ‘세상의 모든 일곱 살짜리에겐 슈퍼 히어로가 있어야 한다”며 그녀의 슈퍼히어로가 되어준 할머니가 있다. 엘사만큼 특이한 아닌
특별한 할머니가 보여주는 손녀에 대한 사랑은 참으로 크고, 이렇게 말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특별하게
아름다운 것이었다. 전혀 합리적이지 않은 거 같은데 묘하게 설득력이 있는 할머니와도 닮아
있다. "용감한 꼬맹이 기사야, 내일 할머니가 너에게
지금까지 본 적 없을 만큼 어마어마한 보물찾기를 맡길거야. 할 수 있겠니?" 라는 말과 함께 시작된 엘사의 모험을 함께하면서 웃기도 많이 웃었고,
마음이 따듯해지는 순간도 많았다. 나의 일곱 살을 생각해보면 그때 내가 슈퍼 히어로처럼
생각하는 사람은 할아버지였다. 그리고 할아버지께서는 내가 성인이 되고 나서 세상을 떠나셨는데, 그때도 날 참 많이 걱정하셨다. 그래서 이제 겨우 여덟 살이 되는
소녀를 두고 가는 할머니의 마음이 더욱 애틋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엘사를 위해 들려주었던 많은
이야기들, 깰락말락 나라와 미아마스 왕국속의 두 사람만의 이야기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게 만들어준 할머니덕분에 참 행복했고,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