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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은 의사, 거짓말쟁이 할머니
바티스트 보리유 지음, 이승재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이미 <불새 여인이 죽기 전에 죽도록 웃겨줄 생각이야>로 만난 적 이 있는 바티스트 보리유가 <죽고 싶은 의사, 거짓말쟁이 할머니>로 돌아왔다. ‘소설 제목이 왜 이렇게 긴 것인가?’ 하는 뜬금없는 의문과 함께
책을 펼치자 마자, 정말 딱 저런 인물 둘이 등장해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아내가 죽고 흑백인간이 되어 자살을 결심한 의사와 이름과 택시기사라는 직업조차 진짜인가 싶을 정도로 혼을 쏙
빼놓는 할머니의 만남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서로를 ‘구제불능에
가까운 비관론자’, ‘고질적인 낙관주의자’라고 평을 하는데, 차라리 이렇게 서로를 부르는 것이 나름 합리적인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랄까?
할머니를 상대하던 의사뿐 아니라 책을 읽는 나까지 어느새 의사가 자신이 죽기전의 7일간의
시간을 할머니에게 위임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보일 정도였다. 심지어 할머니의 주장대로 한달을 제시했던
것에 비하면 27일을 손해보고 있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7일간의 시간을 읽으며 삶과 죽음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들의 첫만남처럼 요즘 말로 ‘멘붕’의 연속인 사건들이 이어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샤르트르는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는 말을 남겼다. 나는 그 말을 보면서 내가 진심으로 선택하고 싶은 것은 탄생과 죽음 그 자체라는 생각을 한 적이 많다. 그래서 죽음을 선택한 주인공을 은근히 응원하기도 했다. 무덤에서
달리기를 시킨 할머니 덕에, 살아있다는 사실을 더욱 강렬하게 느끼게 되자, “불행을 고스란히 느껴야 한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어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었다”라는
그의 마음에 정말 공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나조차 묘하게 설득되는 부분들이 정말 많았다.
문득 그가 ‘최고의 식사’를
떠올리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는 자신의 그토록 아름답고 적절한 처방전을 써본적이 없다고 말하는데, 그것이 가능하기까지는 환자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할머니 역시 그에게 아름답기보다는 좀 과격해보이긴 했지만 어찌되었든 적절한 처방전을 제시할 수 있었던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아내가 떠나고 세상에 홀로 남았다고 생각했던 그이지만, 그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사람의 사랑마저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참 마음이 따듯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