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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의 여왕 - 제2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이유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2월
평점 :
삭막한 아니 지옥같이 살벌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부녀가 있다. 대를 이어온 고물상을 운영하는 아빠 지창,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빠의 고물상으로 뛰어든 딸 해미의 <소각의 여왕>. 눈이 보배라고 믿는 아빠 지창씨와 딸 해미는 값어치 있는 고물들을 구별할 줄 알고, 낡은 기계도 잘 만지고, 성실하게 일한다. 경제호황에 잠시 반짝하기도 하지만, 그때도 부인과 엄마의 병원비를
대느라 허리가 휘었고, 뜨거운 여름 고물상 마당에서 물건을 분류하던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주었던
‘단순하면서도 단단한 그 맛’을 가진 하드를 나누어 먹을
사람도 하나 둘 줄어들어버렸다.
그렇게 다시 단 둘이 남게되고, 지창씨는
여전히 사기꾼인 친구의 꼬드김에 희귀금속인 이트륨을 정제해내는 기계에 빠져들게 된다. 처음에 지창씨가
자신의 아버지가 허파에 바람 드는 병이 걸렸었다고 하는데, 그 병이 결국 이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 먹고살기위해 해미가 아버지가 하던 유품정리업을 이어서 하게 된다. 아무래도 가장 어려운 계층의 이야기를 담아내서인지 팍팍하고 건조한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속에서 어떻게든 담백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그렇게 살아가던 해미가 문득 자신의 감정을 드러낼 때가 있었다.
‘다른 세상에 사는 진짜 여자 같은 여자들’ 해미의 이 감상의 내 마음을
흔들었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왜 그 곳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해미에게는 처음부터 다른 세상이 주어졌던 것이다.
소제목에 ‘가위를 내다’가 있었다. 분명 전에도 가위를 내서 졌는데, 또 가위를 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제목이 ‘가위를 내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 심지어 결국 불순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이트륨을 뽑아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삶은 여전히 그 곳에 서있었다. 이야기의
끝을 읽으면서 문득 책에 등장했던 세상의 모든 쓰래기가 모인다는 중국의 마을이 다시 생각났다. 그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 메스꺼운 공기가 모든 지구인들이 호흡하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간다고 한다. 어쩌면 해미도………
이 작품으로 '문학동네소설상'은 3년만에 수상작을 내게
되면서, 소설이 끝나고 '심사평'이 실려 있었다. 그것을 읽으면서 어쩌면 내가 소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가 읽은 <소각의 여왕>은 이런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