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음악은 팬을 열광시키거나 마취시키는
법을 몰랐다. 다만 생각에 잠기게 했을 뿐이었다."
[김광석 나의 노래 CD-DVD 박스 세트]에 있는 악보집에 적혀 있는 이 글의 전문을
예전에 읽어본 기억이 있다. “그는 늘 행복한 음유시인으로 우리 곁을 지킬 것이다.”로 마무리 되었던 글인데, 이번에
<김광석 우리 삶의 노래>를 읽으면서 그 말이 자꾸 떠올랐다. 나처럼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도 그렇겠지만, 또
이렇게 김광석이 자신의 음악에 담아낸 삶, 사랑, 사람의
이야기를 철학적으로 읽어주는 책이 있어서 더욱 그러할 것이다.
예전에 <라디오헤드로
철학하기>라는 책을 읽고 나서 “지금까지 귀로
들어오고 마음으로 느끼던 음악을 넘어 그가 하고 싶은 메시지를 듣고 철학적으로 사유하고 실천할 수 있는 범주까지 확장시켜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라는 글을 남긴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는
책을 읽으면서 라디오헤드의 노래를 많이 찾아 듣고 해석도 해봤어야 했는데, 이번에는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평소에도 김광석의 노래를 즐겨 듣기도 했고, 또
알게 모르게 내 삶 속에 그의 음악이 여기저기 스며들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에 드라마에서 산울림의
<청춘>이라는 노래가 리메이크 되면서,
친구들이 그 노래를 들어보라고 권해준 적이 있다. 이제 우리도 나이가 그렇게
되어가서인지, “가고없는 날들을 잡으려 잡으려/빈손짓에
슬퍼지면/차라리 보내야지 돌아서야지”라는 가사가 내 마음을
울리는 듯 했다. 예전에는 처량스럽다고 좋아하지 않았던 노래인데 말이다. 그런데 이 노래를 듣다보니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가 떠올라 한참을 반복해서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도 죽음을 위한 여정일 수 밖에 없는 삶에 대한 첫째 마당 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아무래도 “또 하루 멀어져 간다”라며 씁쓸하게
지나온 시간을 반추해보았던 그 시간이 떠올라서인 듯 하다.
그런데 둘째마당을 읽으며 다시 한번 <서른 즈음>을 들었다.
둘째마당에서는 친구들에게 편지를 쓸쓸 때 자주 틀어놓는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라는 노래가 소개되었는데, 김광석이 노래를 부르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나름 다양한 외국어를 익힌 이유가 노래 가사를 이해하고 싶어서였을
정도로, 나는 노래를 들으면 가사에 상당히 신경을 쓴다.
그래서 이 노래를 들으면서도 가사에만 집착했던 거 같다. 하지만 다시 한번 들어보니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라는 가사가 조금은 다르게 들렸다.
노래하는 시인이라 불렸던 김광석이 자신의 음악에 담아내고 싶었던 감성과 철학을 다시
생각해보게 해주는 이 책을 덕분에, 요즘 다시 그의 음악을 들으며 생각에 잠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