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너리스 1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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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져 있던 별들이 눈앞에서 별자리를 이루는 것처럼 갑자기 방 안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나에게도 이런 통찰력이 있기를 자꾸만 바라게 되는 루미너리스 1. 5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을 가지고 있는데, 한동안은 이 문장이 나오던 44페이지에 발목이 잡힌 거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루미너리스(Luminaries)’란 점성술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해와 달을 의미한다고 하고, 이 책의 서사구조 역시 점성술을 기반으로 천체역학 원리에 따르고 있다. 그래서인지 첫페이지에 각 인물이 상징하는 별자리가 그려져 있다. 하지만 점성술에 그다지 밝지 못한 나로서는 일단 어떤 인물이 어느 별자리인지를 찾는 것이 우선이었다. 물론 어느 순간부터는 그것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인물들의 이야기가 매우 재미있었기 때문에 초반을 조금만 버텨보라고 이야기 하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물론 한편으로는 별자리와 행성이 의미하는 것을 조금 더 알고 있었다면 작가가 쌓아가고 있는 이야기를 더 잘 파악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간간히 했다. 1편에는 1구안의 구로만 이야기를 풀어가기 때문에 더욱 그런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다.  

빅토리안 시대, 세상의 끝이라고 불리는 뉴질랜드에까지 골든 러시(Gold Rush)가 일어나고, 어느 날 한 영국 청년이 뉴질랜드 남섬의 금광마을 호키티카에 찾아들게 된다. 채금일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이름으로 소개한다는 것도 잘 모르던 그이지만, 자신이 머물던 호텔 흡연실을 찾았다 기이한 모임에 자신도 모르게 침입하게 된다. 그의 이름은 바로 월터 무디’,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의지한 인물이기도 하다. 방대한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이 들 때면 마치 길잡이처럼 찾아와 이야기를 정리해주는 매력적인 인물이기도 하고, 말 그대로 영민하게 상황을 잘 파악하는 능력이 있어서 내가 보지 못한 부분들을 다시 한번 짚어주기도 한다. 어쩌면 사소하게 보일 수 있는 가족사로 인해 이 먼 곳까지 흘러오게 된 그는 매우 흥미로운 사건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된다. 그가 타고 온 배의 선장 프랜시스 카버가 자살을 시도하려고 시험해보았던 마을의 창녀 안나 웨더웰을 둘러싼 사건과 관련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그저 오지로 향하는 배에서 겪었던 두려운 경험처럼 느껴지던 이야기까지 작가가 그려내는 큰 그림의 일부이기도 했다. 상당히 많은 분량의 책이지만, 한 장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는 느낌 때문에 2권이 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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